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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 VS 꾼 - 제1화 "중독" (3) |
"뭐여? 일착이 4번이여? 안쪽기수모자색깔이 4번 아녀?"
하고는 이장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예상지를 펼쳐 뒤적인다.
"4번이 들어왔으먼 무조건 터지는 기네?"
조용철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예상지를 들여다보다가
"여기서 4번이 어떻게 들어와?"
하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못 들어 올 이유가 뭐있어? 경만디? 그라고 꼭 들어 올만한 말들만 들어오먼 배당도 안 생길틴디 뭔 재미로 돈 들여 베팅들을 허겄어? 4번 같은 말이 들어오기도 허고 그러니께 고런 말이 들어오길 바라고 베팅하는 맛으로 하는 거이 경마제. 근디 4번하고 몇 번이 들어온 기여?"
김달오가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6번하고 8번, 11번 같았는데... 난 8하고 6번은 샀는데 4번, 11번은 전혀 못 봤네."
주영호도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데
"와따! 돌겠네! 8번 간다고 어제부터 소스 날아왔기에 8번 놓고 올만한 놈들은 다 붙여놨는데 4,11이 뭐여?"
백치수가 씩씩거리며 와서 예상지를 테이블 위로 내던진다. 모두들 눈을 껌벅이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데
"경마장에 날아다니는 소스가 어디 하나둘이여?"
하고 김달오가 다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백치수가 잔뜩 열이 오른 표정으로 소리를 높인다.
"8은 확실히 간다고 마방에서 나왔다니까요?"
김달오가 `쯧!`하고 혀를 찬다.
"자넬 무시혀서가 아니라 자네헌티까지 접수된 소스라먼 벌써 날 샌기여. 허기사 그랑게 소스제. 달리 소스겄어? 지금도 4층, 5층 올라가봐. 아적도 마방, 마주, 조교사, 기수, 심지어는 그네들 사돈, 8촌 친구까지 들먹거리며 떠도는 소스가 매 경주마다 예상지 한권은 충분히 쓰고도 남을팅게. 정신차려! 소슨지 뭔지 땜시 신세 조진 사람덜 야그 못 들었어?"
하더니 홍성만을 향해 동의라도 구하듯
"어이 경마교수! 내말 틀려?"
하고 홍성만을 바라본다. 홍성만은 괜스레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운지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옳으신 말씀입니다. 소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출처와 근거를 밝히지 않는 기사란 뜻이거든요? 다시 말해서 정보와는 근원부터가 다른 거죠."
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모두들 씁쓸한 표정들로 모니터를 주시하는데, 화면에서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들이 다시 느린동작으로 리플레이 된다. 4번마가 조금 앞서고 코 차이들의 승부로 11-8-6-2의 순서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 한번 `와-`하는 탄식들과 함께 객장 안이 술렁인다.
주영호가 얼른 배당판을 살펴보더니
"4,11이 몇 배야? 315배네?"
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초장부터 고배당 터뜨리는 거 보니까 오늘 완전히 뺑뺑이 판 돌리는 날 되겠고마! 누구 4,11 산 사람 읍능교?"
하며 조용철이 격앙된 표정으로 둘러보자 모두들 여전히 씁쓰레한 표정들만 짓고 있다.
"하기는 우리들 중에 맞출 사람 있었다먼 배당이 315배까지 됐겠나?"
하고 조용철이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쓰발! 다시는 경마 않겠다고 다져먹고도 무신 미련이 남아 또 왔다가 초장부터 팍 김이 세냐? 이거 정말 우리 영원히 경마 못이기는 거여?"
백치수가 씩씩대며 자괴감 가득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게 경마들 끊어! 경마로 돈 따겠다는 생각들이 잘못이제. 어차피 판돈 30% 떼이고 시작하는 놀음판에서 어떻게 돈을 따길 바래? 서로가 서로 돈 갉아먹는 거제."
"경마 놀음판 아닙니다. 건전한 레포츱니다. 레저 쁘라쓰 스포츠"
하고 홍성만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과장되게 레포츠를 강조해 보이는데 김달오가 코웃음을 친다.
"레포츠 좋아하네. 그렇게 남의 돈 따먹고 ？塚만？차라리 밤샘 고스톱을 치거나 포커판을 기웃거리거나 내기 골프를 쳐. 내 실력으로 승부를 했다가 지면 덜 억울허기라도 하제. 이건 내 의지하고 실력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남의 말허고 남의 실력에다가 승부를 거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 아녀?"
"그러니까 공부를 하는 거 아닙니까?"
하고 홍성만이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을 한다.
"어디 경마가 공부헌디로 되야? 경마교수께서 늘 그랬잖여? 경마가 어데 공부허는 대로 되는 거냐고?"
김달오가 다시 코웃음을 짓고 홍성만은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는데
"꼬라박은 돈은 찾고 나서 관두던지 말던지 해야 할 거 아잉교? 그동안 갖다 쏟아 부은 돈이 얼만데?"
하며 조용철이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반문을 한다.
"그러다가 더 꼬라박기만 허는 거제."
하며 김달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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