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쿠!” 마동식은 비명을 지르며 저만치 나동그라졌다. 종원은 의자에 앉은 채 나뒹구는 마동식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마동식이 “이 개자식이 감히 나를 쳐?” 하며 볼쌍 사납게 되어버린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자신에게 다시 달려들려는 마동식을 향해 호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들어 겨누었다. “만약에... 내가 체포되거나 백태삼놈들에게 개죽음이라도 당하게 되면... 네가 마동식에게 복수해줄래?” 하며 규태가 건네주었던 권총이었다. 마동식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권총을 보고는 움찔하더니 이내 얼굴이 굳어져 “뭐야? 이건 또...?” 하며 멈춰 섰다. 종원은 마동식이 그랬던 것처럼 턱 끝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마동식은 당혹스런 표정으로 잠시 주춤 서 있다가 종원이 권총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겨누자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씩씩대더니 “이런... 씹할... 오늘 마동식 완전히 스타일 구겨지는구만...” 하고 중얼 거리고는 이내 풀이 꺾인 얼굴로 의자로 가 앉았다. 종원은 권총을 테이블 위에 가만히 놓고 씩씩대는 마동식을 바라보았다. 마동식은 테이블에 내던져져 있던 담뱃갑을 집어 들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약속을 했었으면 지켰어야지?” 종원이 말했다. “무슨 약속?” 마동식이 불을 붙이며 종원을 보았다. “규태형에게 외국으로 내보내주겠다고 했었다며?” “전과자에다가 수배를 받고 있는 놈이 어떻게 외국으로 나가?” “그럼 그런 약속을 말았어야지?” 종원이 소리를 높였다. 순간 마동식이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새끼! 완전히 반말이네?” 하며 자조 섞인 헛웃음을 터뜨렸다. 종원은 쓴 미소를 지어보이며 “너같은 개자식에게는 이런 말도 곱게 쓰는 말이야.” 했다. 마동식의 미간이 움찔 했다. “넌 인간이기를 포기한 놈이야. 맞지?” 종원이 다시 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새끼 완전히 또라이 아냐? 이 개자식이... 보자보자하니까” 마동식이 더 이상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순간 종원이 더 빨리 몸을 일으키며 다시 발을 길게 내뻗었다. 마동식이 다시 “어이쿠쿠!” 하고 비명을 지르며 의자와 함께 방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종원은 성큼 다가가 몸을 숙여 나동그라진 마동식의 멱살을 움켜쥐고 “이 개자식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서 돈만 빼돌리고 그것도 모자라 죽이기까지 해?” 하며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마동식은 숨이 막힌 듯 킥킥거리면서도 “난 안 죽였어!” 했다. “네가 규태형을 여인숙에 숨어있게 해놓고 백태삼놈들에게 숨어있던 장소를 알려줬잖아?” 종원이 다시 소리를 높였다. 마동식은 더 이상의 변명을 포기한 듯 이내 맥을 놓고는 “나 경찰이야! 네놈이 이러고도 아무 탈 없을 것 같아?” 하며 씩씩 거친 숨만을 토해냈다. 종원은 다시 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네놈이 관련되었다는 거 알아내고 이 방에 숨겨놓은 돈가방까지 되찾아내는 거 봤지? 네놈 정도는 언제든지 끝장내줄 수 있어. 네놈이 마동식이듯 난 박종원이 거든?” 하고는 꽉 움켜쥐었던 손을 풀고 천천히 일어나 다시 자리로 가 앉았다. 마동식은 그제야 몸을 벌떡 일으켜 쪼그려 앉은 채로 거친 숨을 토해냈다. “네놈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생각중이야. 네놈이 여전히 네 것도 아니었던 돈가방따위에 미련을 두고 내 주위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엉뚱한 수작들을 벌이면 그때 가서 네놈을 어떻게 처리를 할지 결정을 하겠어. 앞으로 하우스에도 얼씬거리지도 말고 백태삼놈들하고의 거래도 끊어. 네놈이 숨겨놓았던 물건들 모두 카메라에 찍어서 저장해놨어. 아무 때고 네놈 옷 벗길 수 있도록 해두었으니까 나 잡으려 애쓰지 마. 네놈한테 붙잡히지도 않을 테지만. 이미 넌 죽은 목숨이야. 명심해 둬.” 종원이 차분한 음성으로 마동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마동식이 흠칫하며 종원을 올려다보다가 종원의 싸늘한 표정에 질려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네 놈 같은 인간쓰레기들은... 한 오천명이나 만명쯤 한데 모아다가 한꺼번에 폭탄으로 날려버려야 하는데...” 종원은 테이블에 놓았던 권총을 집어 들어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일어났다. “죽은 규태형한테... 진심으로 용서해달라고 빌어. 그리고 다시는 형수 곁에는 얼씬도 하지 마.” 종원이 마동식의 곁을 스쳐지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때까지 마동식은 여전히 쪼그려 앉은 채 거친 숨만을 토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