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설로 모든 경주 취소

마사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팬들의 거센 항의 이어져
이번주 경마팬 단체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난주 마사회의 경마취소 결정으로 한차례 거센 폭풍이 지나간 후지만 그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마사회의 뒤늦은 취소발표에 1주일이 지난 지금도 팬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는데다 그 취소결정을 내리기까지 과연 타당성이 있었는가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일부 팬들은 마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 경마를 보이콧 해야 한다”, “1경주 베팅상한선을 100원으로 하자” 라는 제안을 내놓으며 단체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어 그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올해 마지막 경마주간을 앞두고 과천벌에 몰아칠지도 모를 후폭풍에 마사회를 비롯한 경마관계자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경마취소, 그 과정 무엇이 문제?
기수협회와 관리사 노조에 따르면, 이날 새벽 경주마 훈련과정에서 주로불량 상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경주마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경주를 강행시엔 큰 위험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그 사실을 시행체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시행체는 과연 적절하게 대처하였는가.
1차적으로 이날 오전 9시경에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경마취소가 결정이 났다고 한다. 최고위층의 최종결제 만을 남겨놓은 상황이었기에 9시 30분경 각 유관단체들은 이날 경주가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마사회는 재차 기수협회를 대상으로 경주를 강행하자는 설득에 나섰고 이때 마사회로 문의한 팬들은 경주가 예정대로 치러진다는 안내를 받았던 것.
경마팬 A씨는 “아침에 마사회에 직접 전화를 걸어 경마가 정상시행 한다는 여부를 확인하고 경마장에 나섰는데 막상 경마취소가 되다니..”라며 망연자실해 했다. 또 S씨는 마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부산에서 없는 시간 쪼개가면서 KTX를 타고 기껏 경마장까지 왔더니 경마취소를 그것도 12시가 임박해서야 발표하는 마사회 행정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허비한 시간과 차비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나.”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경주시행 여부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에 마사회가 과정에서 보였던 우유부단한 태도가 1주일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이유다.
이에 한 경마전문가는 경마취소 과정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가려내 마녀사냥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모든 경마관계자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며, 시행체가 경주취소가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팬들에게 납득할만한 수준의 소명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주취소는 타당한 것이었나?
17일 과천 본장을 찾은 팬들의 대부분은 이번 취소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마팬 P씨는 “새벽에 내린 폭설이 교통대란을 일으키는 등 영향은 있었지만 경마시행과는 무관한 것 아닌가”라며, “장마철에도 큰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야확보가 쉽지 않았던 상태에서도 강행되었던 경마가 단지 눈으로 인한 주로상태 불량으로 경주를 취소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도무지 일관성이 없는 마사회 정책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주로가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내린 비로 인한 불량상태 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타당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설득력을 얻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일부 경마팬에 따르면 이번 취소 건에는 기수협회가 상당한 입김을 작용했다며, 과연 기수들이 프로의식이 있는가를 성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사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가운데, K씨는 “지금의 기수의 위상은 팬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설사 경주가 시행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하더라도 경마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대의를 생각했어야 했는데 이를 망각한 채 팬들을 눈앞에서 우롱하는 것은 참을수 없는 일”이라며, “차라리 이 기회에 부산경마처럼 외국인 기수를 도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마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B씨는 “보전경주가 필요없다”는 제목의 글에서는 마사회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거기서 발생한 손실 역시 마사회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며 2006경마계획은 엉망이었다는 견해를 밝혔으며, C씨는 경마취소에는 기수협회의 입김도 상당수 작용했던 만큼 상금이 큰 그랑프리 대회를 올해는 하지 않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내놓았다.
또한 한 경마팬은 “12월 17일은 마치(馬恥)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는데, 자신이 경마팬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부끄럽게 느껴본 적이 없다며 글을 읽어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1주일이 지난 현재 경마팬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일요일과 같은 큰 소요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번주 경마시행 과정에서도 다소의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마인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17일 경마가 미시행되었고 보전경주 시행도 백지화됨에 따라 시행체는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경마에 대한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할 것이며, 결국 경마에 등을 돌리는 팬들은 점점 늘어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서석훈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