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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 VS 꾼 - 제3화 "함정" (106) |
“그동안 많이 바쁘셨던 모양이네요.”
봉주와 함께 하우스의 방안으로 들어서는 종원을 보고 소파에 앉아있던 정교수가 엷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종원은 규태의 장례식이 끝난 뒤로도 사흘 넘게 봉주가 주선해준 모텔에서 무위도식을 하며 지냈었다. 종원이 오상구의 하우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조직에서도 종원을 찾지 않았었다. 종원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고 싶어 한 오명석의 배려 때문이라고 종원은 생각했었다.
“아! 예.”
종원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좀 보실래요?”
정교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들어서는 종원을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종원이 흘낏 봉주를 보았다.
“나가보쇼.”
봉주가 고개 짓을 해보였다. 종원이 천천히 밖으로 나가자 정교수는 예전처럼 복도 끝의 창가에 서 있었다.
“계산 해드리려구요.”
정교수는 상의 속호주머니에서 봉투하나를 꺼냈다.
“계산이라뇨...?”
종원은 그가 무슨 뜻으로 하는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물었다. 정교수는 이내
“지난번 게임 때의 계산입니다. 천만원입니다.”
하며 종원 앞으로 봉투를 내밀었다. 종원은 잠시 망설였다. 정교수는 그런 종원을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왜? 적으신가요? 더 원하시면 더 드릴 수도 있습니다. 저도 찜찜한 것은 딱 싫어해서요.”
했다. 종원도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제가 한 일이 없는데요?”
했다. 정교수는 그런 종원을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박형이 이러시면 제가 여길 떠야 됩니다.”
하며 들고 있던 봉투를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 종원은 나직이 긴 숨을 몰아쉬었다. 정교수는 다시
“오상구씨와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는 사이라면서요? 나 또한 그렇습니다. 오형을 봐서라도 제 체면 좀 세워주십시오.”
했다. 종원은 정교수의 말이 뭘 뜻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종원은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히 그러시다면 이번만은 받겠습니다만... 사실 전 저 혼자 게임하기를 좋아합니다.”
종원이 정교수가 내민 봉투를 받아 쥐자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같은 테이블은 피하죠.”
하며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종원이 주저하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정교수는
“뭔가요? 말씀 해 보세요?”
하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종원이 잠시 망설이다가
“저도 많은 선수를 봐왔고 또 그분들한테 어줍짢게 배워보기도 했습니다만...그날 같은 판은 처음 봤습니다.”
하자 정교수는 라이터를 켜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한게임에 딱 한번만 써야죠.”
하며 길게 연기를 뿜어냈다. 종원이 다시
“이미 계산하고 만들어 냈던 카드였습니까?”
하고 묻자 정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셈이죠.”
했다. 종원이
“보스가 장지점장이었을 텐데요?”
하자 정교수는
“샤프질은 내가 했죠.”
했다. 종원이 다시
“장지점장이 커트를 했으면 카드가 뒤죽박죽 되었을 텐데요?”
하자 정교수는 씩 미소를 짓고는
“장지점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칩이 조금 빠져나가면 커트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마음이 급해져서 샤프질 끝낸 카드위에 두 손가락으로 톡톡 때리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걸 알고 있었죠.”
했다.
“아!”
종원은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다시
“하지만 제각기 오픈해놓는 카드가 정교수님 계산과 달라져 보스가 바뀌면 카드가 또 달라질 것 아닙니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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