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핸디캡 경주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
우승 기회를 고루 부여해 경주의 박진감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핸디캡 경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마에 있어 핸디캡이야말로 윈윈전략이 불가능한 분야이지 않을까 싶다.
등짐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고 하물며 높은 상금이 걸린 경마대회에서 상대마보다 무거운 핸디캡을 짊어져야 할 때, 당사자라면 누구의 입에서인들 좋은 소리가 나올까.
그런데 이 핸디캡에 대해 요즘은 주변에서 말들이 더 많다.
‘A라는 말이 B라는 말에게 번번이 패배했는데도 계속 높은 부담중량을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최근 성적과 관계없이 부담중량이 매겨지고 있다’는 식의 불만이 경주를 관람하는 일반 경마팬, 예상전문가, 그리고 마필관계자들 사이에서 수시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을 마사회 핸디캐퍼들은 알고 있는가.
핸디캡의 기준은 무엇인가.
매 경주 편성의 색깔이 달라지는데 상대 평가는 어떤 잣대로 어떻게 이뤄지며 객관적 공정성은 담보되는가.
이런 의문들이 계속해서 쌓이면서 결국 핸디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낳고 있다.
갓 승군한 마필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부담중량을 부여해 처음부터 승부의지를 꺾어 놓은 일도 다반사다. 높은 부담중량으로 인해 승부를 기피하는 일이 없길 바라지만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경주가 실제로는 한둘이 아니다.
우리 경마 현실은 외국과 현격히 다르다. 우승상금이 그들처럼 많은 것도 아니고, 경주전적이 화려하다고 해서 생산으로 환류되거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굵고 짧게’보다 ‘가늘고 길게’를 지향하는 것이 냉정하지만 한국 경마의 현주소인 것이다.
한국 경마에서 핸디캡은 ‘명마들의 무덤’이라는 오명 아래 철저히 배척되어져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몇 안되는 우수한 명마들이 핸디캡에 무릎을 꿇어야했고 혹자들은 핸디캡으로 인해 경주마 자체의 능력 평가가 달라진다고 비판한다. 지금도 우수한 마필들은 핸디캡 경주를 기피하려한다. 경마대회가 아니고는 일반경주에 60kg이 넘는 부담중량을 받을 것을 알면서 출마투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경주마 수명이 단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랑프리 우승마가 일반경주에서조차 다른 말에 비해 낮은 부담중량을 받는다거나 갓 승군한 말이 해당 군에서 경마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말보다 높은 핸디캡을 실어야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핸디캡 부담중량은 경마의 묘미를 극대화할 좋은 재료다. ‘적절하게’만 매겨지면 70점 짜리 경주를 백점짜리로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게 바로 핸디캡이다.
서로 간 능력차를 최소한으로 좁힌다는 것에 의의를 부여해야 한다. 부담중량이 결정되기 전에 내려졌던 경주마들 간 능력 서열이 핸디캡으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실력차가 지나치게 두드러지는 경주편성에서 핸디캡은 무의미하다.
핸디캡 경주의 묘미를 살리고 경주 박진감을 높이기 위해 개선점을 모색해야 할 때다.
최상위군인 1군 마필들조차 능력차가 두드러지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1군 경주라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1군도 미승리마 경주를 시행한다든가 상금의 폭을 넓혀서 우수마는 우수마끼리, 한계마는 한계마끼리 맞딱뜨리도록 편성해 핸디캡으로 세부적인 능력차를 극복토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핸디캡은 적절한 수위에서 약간의 조절 기능만 할 수 있도록 한계를 정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핸디캐퍼는 평균대 선수처럼 균형감각이 탁월해야한다. 경주마들을 저울에 하나씩 올려놓고 양쪽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팽팽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심판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핸디캡 경주의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다.
마사회 내에서 핸디캐퍼들 만큼 경주마 각 개체별로 정확히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턱없이 과한 부담중량을 내린다거나 덜 매긴다거나 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믿는다. 또한 다분히 주관적일 수도 있는게 핸디캡이므로 핸디캐퍼로서 그들의 역량과 권위를 인정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하기에 불만과 불신은 더욱 커 가는 것이다. 이제라도 모두가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명쾌한 기준과 원칙이 지켜지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공청회나 워크？事？통해 경마팬과 관계자, 그리고 핸디캐퍼가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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