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미국산 ‘차돌’
불과 몇 년 전만 하여도 과천 경마장에는 국산마보다는 외국산 말이 많았다. 외국산 말이 주축이던 우리 경마장에 어느 날 눈뜨고 나니 국내산 말들이 더 많아졌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많아졌다. 국산마가 거의 70%를 넘어서고 있으니 이제는 우리네 경마장이 국산마들의 운동장이 되었다.
외국산 말들이 30%도 되지 않는 속에는 각 국의 말들이 뛰고 있다. 미국산, 호주산, 뉴질랜드산, 일본산, 영국산 등등 여러 나라의 말들이 각 국을 대표하여 한국의 경마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외국에서 개별구매로 들여오다 보니 능력들도 좋은 것 같다.
개인마주제 전에는 마주인 마사회가 싼 가격에 말을 일괄 구매하여 조교사들에게 분배를 하여 주었고, 개인마주제 이후에는 마주협회에서 일괄 구매하여 말을 사고자 하는 마주들에게 추첨식으로 배분을 하여 주었는데, 요즘은 마주협회에서 구입하여 말을 사고자 하는 마주들에게 분배하여 주는 경우도 있고 마주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구입하여 오는 경우도 있다.
요즘 우리 경마장에서 날아다니는 외국산 말들은 거의 개별구매하여 들여온 말들이다. 아무래도 개별구매 하다보니 가격도 만만치 않게 주었기에 잘 달리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개별 구매 이전에 외국에서 매년 수 차례씩 말을 일괄 구매하여 들여왔는데 싼 가격에 일괄 구매하여 들여오다 보니 한차례 들어오는 약 100여 마리의 말들 중에는 능력이 아예 없어서 경주도 뛰어 보지 못하고 도태 되는 말들도 많았다. 역대 일괄 구매하여 들여온 말들 중에 동기생 거의 모두가 가장 잘 뛴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은, 1986년 말에 들어온 1차 때의 미국산 말들이다.
1986년 당시만 하여도 우리 경마장에는 호주나 뉴질랜드산이 대부분이었다. 호주, 뉴질랜드산이 판을 치는 상황에 어떤 정책적인 인연으로 미국말이 들어오게 되었다. 미국으로 말을 사러간 검수원들이(조교사, 수의사 등) 그 동안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구매하였던 싼 가격으로 미국에서 말을 사려고 하니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맞는 말을 구매할 수가 없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온갖 잡음 속에 들어온 1차 미국말들…
이때 들어온 말들은 모두가 경주로를 방방 날아 다녔다. ‘수평선’, ‘백송’, ‘대탈주’ 등등 상당수가 최상위권을 휩쓸고 다녔다. 그리고 그 유명한 명마 ‘차돌’도 이때 들어온 것이다. 아마 경마팬들도 1986년 말에 들어와 뚝섬에서 그리고 과천에 와서도 한동안 이름을 날리던 많은 미국산 말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정책적인 우여곡절 끝에 싼값에 들어온 미국산 ‘차돌’은 검역소에서 검역을 마치고 경마장에 들어올 때 덩치가 얼마나 컸던지, 아마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경주마중 ‘차돌’이 가장 큰 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런 ‘차돌’과 나는 만났다. 그리고 능력검사를 하고 신마 때부터 오직 나만이 ‘차돌’을 타고서 경마장을 주름잡고 다녔다. ‘차돌’의 덩치가 너무 크다 보니 마방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말하기를 뛰면 아주 잘 뛸 것이고, 못 뛰면 똥말이(?) 될 것 같다고 하였는데, 대체적으로 덩치가 아주 큰 말들이 잘 뛰는 것을 보지 못하였기에 ‘차돌’의 덩치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던 것 같다. 이런 덩치의 차돌이다 보니 ‘차돌’과 경주를 같이 펼쳤던 기수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차돌’이 옆으로 지나가면 쿵쿵 소리에 주로가 흔들리는 것 같다고 하였다. 정말이다!!!(지금도 최상식 조교사는 그때의 쿵쿵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1986년에 내가 가장 기억 남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역시 1986년 12월 4일 말 수송차에서 내린 ‘차돌’과 만나던 사건이다. 그 당시 ‘차돌’과의 첫 만남이 나에게 기수로서 많은 영예를 안겨 주었다. 에이… ‘차돌’ 만나던 날을 쓰려다 보니 서두가 이상하게 길어졌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