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 간의 일정 중 2/3를 소화해 낸 2003 경마시즌이 이제부터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추석 휴장을 마치고 새롭게 시작되는 이번 주는 출전두수가 대거 몰리며 타이트한 경주편성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계속됐던 경주마 부족과 이에 따른 경주편성의 어려움은 이제 당분간 자취를 감출 것이다. 한창 진행 중인 국산 2세마들의 경마장 입사가 앞으로 한두달 간 지속되면서 하위군 경주는 좀 더 짜임새 있게 치러질 수 있게 됐고 일일 11개 경주로 축소 시행되는 11월부터도 편성의 묘미가 살아날 전망이다.
경마대회 일정도 풍성하다. 이번주 일간스포츠배를 시작으로 외산 1군의 SBS배, 국산 2세마를 대상으로 한 중앙일보배 등 제법 기대되는 경마대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쌍승식 확대와 복연승식의 도입도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는 일부 경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했던 쌍승식이 전 경주로 확대됨에 따라 배당의 메리트라는 측면에서 일단 경마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욱이 복승식과 연승식의 개념이 뒤섞인 복연승식은 비교적 안정적인 적중률과 배당으로 경마의 묘미를 한층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각 부문의 경쟁도 경주 외적으로는 또 다른 볼거리다.
타도 박태종의 선봉에 나선 김효섭·문세영 등 신 3강 구도는 경마관전의 묘미를 더욱 배가시키면서 기수의 스타화에도 큰 몫을 담당할 것임에 분명하다. 새롭게 데뷔한 22기 신인기수들이 서서히 색깔을 드러내는 시점이라는 것도 경주 추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만큼 경마가 재미있어 진다는 의미다.
신우철, 김정진, 배대선, 김점오, 최상식 등 젊은 조교사들이 상금, 다승, 경마대회 우승횟수 등 각 분야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일 첫 선을 보인 마사회의 개편된 출마책자는 경마팬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웬만한 전문지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마사회의 출마책자로 인해 경마팬들의 부담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반대로 각 전문지들은 이제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인 것임에 분명하다.
이렇듯 기본적으로 꽉 찬 경주편성을 두고 경주 안팎에 내재해있는 많은 변수들이 그 어느때보다 경마 관전과 베팅의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진정한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올해는 정말 많은 시련과 고통이 경마계 안팎을 덮쳤다. 그 중에서도 경기침체 한파가 경마산업에도 불어닥쳐 매출액과 입장인원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올 최저 매출액은 지난해 최고 매출액 대비 50% 수준까지 떨어졌으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마사회의 출마책자 개선사업과 관련해서는 마사회와 전문지 발행사, 유통회사, 판매인들까지 가세한 갈등이 빚어져 사상 초유의 전문지 발행 중단사태까지 벌어짐으로써 경마팬들의 피해를 가중시켰고 경마 자체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가는 팬들도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경주마 생산분야도 중장기 계획의 수정안을 놓고 생산자와 마사회 간 이견을 보이면서 취약한 구조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목적세 폐지 통한 환급률 인상도 끝내 무산될 전망인 가운데 새롭게 도입되는 복연승식도 환급률이 최하수준인 72%로 확정됐다.
계획성 없는 경주마 수급과 경마시행일정은 마방 부족 등 혼선을 빚었으며 장기간 계속되는 집중호우에 경주로를 비롯한 경마장 관리 시설도 엉망이 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경주의 질이다. 모든 경마산업 종사자, 관계자들이 중간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손님들(경마팬)에게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은 경주이기 때문이다.
고삐를 바짝 죌 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양질의 상품을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도록 각 분야 모든 종사자가 한 올의 힘까지 모아야 한다.
남은 경마일 동안 그야말로 최선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모아져 뜻 깊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