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두 차례나 무산되면서 많은 농민들을 시름에 잠기게 했던 국산마 경매가 다음주에 열릴 전망이다.
경매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농민들은 이미 상당수 보유마를 개별거래로 판매한 모양이지만 경매를 위해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온 농가에게는 이번 경매 소식이 가뭄 끝의 단비처럼 기쁘기만 하다.
이번 경매에는 마사회 육성목장 보유 2세마 105두와 민간목장 소유 20여 두가 상장된다고 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성공적인 경매가 되길 바라지만 항간에는 이번 경매가 무사히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경마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가의 개별거래 횡행으로 인한 과잉 구매로 더 이상 국산마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는 마주협회와 일단 경매를 열고 보자는 마사회 사이에서 생산자협회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몇 개월간 경매시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행 시점을 늦추는 등 지속적인 노력과 관련단체 설득작업도 벌여왔지만 결국 생산자협회의 일방적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띄우게 돼, 이번 경매가 성공리에 개최될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생산자협회 역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주마 유통·공급과 내년도 생산 및 수급 계획을 고려할 때 이번 경매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책임을 통감하고 아마 경매를 강행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생산자협회는 지난해에도 두차례나 경매가 무산되는 사태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은 애써 키운 경주마를 폐마시키기도 했고 경매장에 구매자가 단 한사람도 나타나지 않아 발걸음을 돌리기도 하는 등 떠올리고 싶지 않는 경험을 해야 했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그때와 별반 사정이 달라진 게 없지 않은가.
이번 경매에도 마주협회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협회가 이러니 마주 회원 역시 큰 호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매를 불과 닷새 앞둔 현재 참가를 신청한 마주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다. 마사회는 내심 1백여 두에 이르는 육성목장마에 마주들이 무관심할 리 없다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만일 이번 경매 역시 파행으로 치달으며 무산된다면 내년도 국산마 수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세마의 경마장 입사가 늦어지면서 6개월령 망아지의 마사회 육성목장 입사도 덩달아 늦춰지고 그렇게 되면 다음 경매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불투명해 진다. 물론 이과정에서 생산농가가 입을 물질적 피해도 상당한 지경에 달할 것임에 분명하다.
국산마 생산 기반 확대와 안정적인 국산마 수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경매는 그러나 시작 첫 해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계속 표류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제도 정착을 위한 관련 단체의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고 사고의 폭도 점점 좁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자신의 이익에 상충된다고 해서 그때마다 경매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져서는 안될 것이며, 경마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마사회, 마주협회, 생산자협회는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경매시행을 통한 경주마 수급과 생산활로 모색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 겨우 국산마 생산 기틀이 잡히기 시작했는데 번번이 경매가 무산되면서 생산자들에게만 손해를 전가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천재지변의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한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경마가 열리는 것처럼 경매 역시 매년 정해진 시기에 반드시 열려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