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생활하다 보면 말을 못하는 동물이어서 그런지 말에게 발생하는 사안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잘 뛰던 말이 갑자기 저조한 성적을 내는 경우라든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있던 말이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말과 같이 있다보면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경마장에는 1400여 두의 말들이 있다. 정말로 많은 말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 경마장이다. 말이 기거하는 마방도 말 숫자만큼이나 많은 편이다. 말들은 하숙비를 내고 각각 독방에서 생활한다. 단지 항상 같은 방만을 쓰는 것은 아니고 같은 조의 소속된 말들이 쓰는 방중에서 옮겨 다닐 수가 있다. 그래도 환풍이 잘되거나 조금이라도 여건이 좋은 방은 조교사가 돈을 잘 벌어 오는 놈한테 사용하게 하는 배려를 하기에 말들도 일단은 능력이 좋아야 대우를 받는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있듯이 마방을 자주 바꾸면 잠을 설치어 성적에 지장을 줄 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대체적으로 항상 사용하던 방에서 기거를 하게 하는 편이다.
돈을 잘 버는 놈이나 못 버는 놈이나 매달 내는 하숙비가 똑같아서인지 마방의 크기는 똑같다. 말들의 체격이 400kg 정도 되는 작은 놈도 있지만 500kg이 넘는 거구도 있건만 덩치에 관계없이 3평 조금 모자라는 방에서 생활을 한다. 거구의 말에게는 좁다고 생각되기에 넓은 곳이 있으면 좋겠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어쩔 수 없다. 경주마들은 훈련 때나 가볍게 운동이라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 좁은 공간에서 주는 사료나 먹으면서 갇혀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데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어느 마굿간에서는 오디오로 음악을 틀어 주거나, 분위기를 좋게 하고, 마방의 나쁜 냄새를 없애주며 음습한 수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숯다발을 천장에 매달아 놓는 정성을 드리는 마방도 있다.
마방 면적이 좁다보니 말들이 누워 자다가 사각으로 되어 있는 벽의 귀퉁이나 코너에 몰려 있었을 때는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다보니 말의 다리나 몸통 등이 벽이나 바닥에 부딪혀서 상처를 입는다. 마굿간에서 쿵쾅쿵쾅 요란한 소리가 나면 관리사는 소리나는 쪽으로 뛰어간다. 말이 구석에 처박혀 일어나지를 못하고 일어나려고 벽이나 바닥에 부딪히며 힘쓰고 있다. 일어나려고 헤매고 있는 마굿간에 들어가서 귀퉁이나 코너에 박혀 있는 말의 꼬리를 잡고서는 마방 가운데로 끄집어낸다. 혼자서는 힘들면 둘이서 꼬리를 잡고 끌어낸다. 그러면 말이 스스로 몸을 털면서 일어나는데 이때 보면 온몸에 상처투성이다.
간단한 상처는 치료를 하여 주면 되는데 경주에 나갈 말인 경우는 함부로 치료약을 쓸 수가 없기에 조교사는 고민한다. 특히 부상이 외상정도만 되도 치료만 하면 괜찮겠지만 어깨 부위 등에 이상이(어깨가 절을 경우) 있을 때는 경주를 취소하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뛰어도 아무 이상 없을 것 같은데 혹시나 말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을 한다. 경주에 나가 무리 없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오면 다행인데 인기마의 경우 성적이 저조하게 나오거나 뛰고서 어깨가 많이 나빠지게 되며 말의 부상이 더 악화가 될 수도 있기에 경주를 취소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경주 출전하는 날 아침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얼마나 고민이 많을까? 그러나 실제로 출전하는 날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ps:전문지는 이틀전에 예상을 보는데 출전하는 날 이런 일이 발생하여 말이 출전한다면 그 예상은 어떻게 될까? 그것은 하늘의 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상을 미리 보아 놓았는데 어떻게 하랴....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