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고 예시장에서 원으로 도는 것이나 발주대로 가기 위해 관람대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윤승이라고 한다. 기수들은 예시장에 나오기 전에 지하마도에서 진행위원으로부터 점검을 받을 때 말의 악벽에 대하여 구두로 신고를 한다. 예시장에서 까불어서 기승 할 수 없는 것은 지하마도에서, 또는 주로에서 기승한다고 하고 그리고 경주로에 나와서 몹시 까불거나 기수의 의도대로 제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끌거나(말이 물고 튀는 것) 가지 않으려고 하는 말 등도 신고하여 도움을 받는다. 말에 기승하는 순간만 까부는 것은 올라타기만 하면 괜찮은데 기수가 기승하고서 윤승하는 동안 몹시 까부는 말은 발주기까지 가는 동안 기수들은 낙마나 하지 않을까 긴장하게 된다. 그러기에 말을 ‘오라오라’ 달래면서 나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발주기로 간다.
토요일 5경주 경주진행 요원에게 신고된 악벽마가 많았다. 내가 기승한 ‘제주도상’은 몹시 끌기에 유도마에 의존하여 간다고 하였는데 나와 같이 유도마에 의지해 가야되는 말이 3두나 된다. 한 경주에 출장하는 유도마는 2마리이기에 1마리는 어쩔 수 없이 발주기까지 자력으로 가야한다. 앞의 유도마가 한 마리를 끌고 가고 있기에 뒤에 오는 유도마에 ‘제주도상’을 붙여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경주로에서 유도마를 기다리는데 뒤에 나오는 유도마도 다른 한 마리를 붙여 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로에서 유도마에 붙여 가려고 기다리던 나는 나를 유도 하여줄 유도마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당황하였다.
마사회가 가난하여서인지 유도마를 늘리라고 하여도 늘리지를 않고 있어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몹시 끌던 뭐 하든 이제는 혼자 능력껏 발주기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에 끌리지 않으려면 신경을 써야 되기에 손에 든 채찍은 등에 꽂고 고삐도 조금 짧게 잡고 ‘오라오라’하며 말을 달래면서 발주기에 갔다. 종종 관람대 앞을 지나가는 기수중에서 채찍을 등에 꽂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말이 몹시 까불거나 끌거나 하여 말을 제어하며 가기가 힘들므로 손에 든 채찍이 거추장스럽거나 불편하기에 등에 꽂고 말을 유도하고 가는 것이다.
관람대 앞을 지나가면서 제일 좋은 것은 속보로 가면서 기수가 반동을 받으며 가다가(이것을 경속보라고 한다) 4코너정도부터는 구보로 가 주는 것이 기수나 말에게 좋고 팬에게도 보여 주기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말들은 경주로에 나오면 흥분을 한다. 너무나 흥분하여 게걸음을 치고 가거나 뒷발을 차거나 팔짝팔짝 뛰면서 난리 치며 가는 말들도 있다. 이렇게 흥분하고 까불고 난리 부르스를 치며 가는 말들을 기승한 기수는 발주기까지 가면서 곤욕을 치른다. 이런 말들을 윤승할 때는 엉덩이를 들고 몽키자세로 가는 것이 편하다. 엉덩이를 들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기수의 중심이 말의 중심에 가까워지는데 중심이 가깝다는 것은 그만큼 말을 제어하기가 한결 쉽기 때문이다.
언젠가 강벼은 기수가 몹시 까불며 물고 튀는 말을 쫄아서 ‘오라오라’하며 윤승하고 가는데 이게 무엇인가! 어디서 벌 한 마리가 나타나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것 아닌가. 고삐 잡은 손은 놓을 수가 없기에 입으로 획획 소리를 내며 벌을 쫓아 버리려고 안간힘을 쓰건만 벌은 멀리 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메롱’ 하더니 강기수 얼굴에 앉는 것이다. 그리고는 따끔한 벌침을 놓고 있다. 강기수! “앗 따거!” 소리를 치면서도 고삐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기에 벌침을 맞고 벌에게 잘 가라고 눈인사를 하여 주었다.(?) 나중에 말에서 내린 강기수의 얼굴은 퉁퉁 부어....!
간혹 팬 중에는 까불면서 게걸음을 치는 것을 보고 말이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 것 아니냐, 그리고 기수들의 폼을 보고는 특정 팬에게 주는 싸인이 아니냐 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윤승을 하면서 채찍을 등에 꽂고 가는 기수, 엉덩이를 들고 가는 기수, 처음부터 속보로 가지를 않고 구보로 가는 기수, 말이 요동을 치며 게걸음을 하기에 이리저리 헤매며 가는 기수 등이 있듯이 말에 따라서 기수들의 윤승하는 모습이 다를 뿐이니 너무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