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경마가 한 주간 휴장하는 날 스포츠조선의 초청으로 여러 명의 기수들과 경륜장에 갔다. 이규승 기자가 경마팬과 같이 경륜장에서 베팅도 하여보고 그래야 기수들도 경마팬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취지 하에 마련된 행사였다. 기수들에게 경륜장에서 팬이 되어서 경주를 지켜보는 마음을 경험하자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기에 필자는 기수들에게 경륜장에 가서 돈을 따게 해준다고 바람을 잡고는 돈을 따기(?) 위하여 씩씩하게 경륜장에 도착하였다.
경륜운영본부의 안내를 받으며 경륜장 이곳 저곳을 둘러 보니 어느덧 1경주가 끝나고 2경주 차권이(경마에서는 마권) 팔리고 있었다. 안내를 받다 일단 차권이나 빨리 사자고 하며 일반 관중석에 앉아서 예상지를 펼쳤다. 일행들은 배당이 큰 것에 베팅을 하는데 필자만이 저배당에(2.6배) 만원을 샀는데 그림같이 골인하는 것이다. 필자만 맞추었다. 첫 베팅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보무도 당당하게 맞춘 것이다. 맞추었다는 이 기쁨, 이 스릴, 정말로 통쾌한 출발이었다. 오늘 경륜장에 와서 소주 값을 톡톡히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소주 값을 따겠다는 기쁨도 잠시고 경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베팅을 하는데 오히려 3경주, 4경주, 5경주 내리 계속하여 잃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수들은 전패를 하며 잃다보니 재미가 없고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우리들이 자꾸 잃으며 짜증을 내니 도움을 주던 예상 전문가들은 어떻게라도 맞추어 주려고 노력하는데 맞지가 않으니 어떻게 하랴! 자꾸 잃다보니 재미없다고 그만 가자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한 경주만 더 보고 가자고 하여 다시 예상지를 펴놓고 기수들이 머리를 싸매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연구를 한다. 전문가들은 출전하는 선수들의 라인이 어떻고 출신이 어떻고 하며 A가 가면 B를 견제하고 C가 간다고 하는 등 멋진 해설들을 한다. 그러나 6경주까지도 계속 잃고 말았다.
이젠 그만 가자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는데 딱! 한 경주만 더 보고 가자는 애원의 목소리에 또 주저앉아 씩씩대며 연구를 한다. 역시 7경주까지 전패를 당하며 말 타서 번 돈을 잃었다(?). 복승식을 사면 꼭 하나는 들어오는데 다른 것은 아쉽게 3등을 와서 깨지는 것이다. 고배당에 베팅하면 저배당이 들어오고 저배당에 배팅하면 고배당이 들어와서 깨지고 말았다. 진다는 것에 열은 받았지만 이제는 미련 없이 일어서는데 같이 있던 경마 전문가 유영삼씨가 우리 일행 모두에게 8경주 차권을 사서 선물로 주는 것이다. 돈은 잃었어도 맞추는 즐거움이라도 갖고 가라며 8경주 1, 3 ,4를 3복조로 3천원씩 엮어서 주기에 고마워서 일행은 다시 주저앉아 8경주를 구경하게 되었다. 간다간다 하면서 가지 못하는 나약한 우리들에게 경륜 최고의 전문가가 예상을 봐준다. 맞추는데 의미를 두고 싶으면 1-3, 1-4로 복승식을 사보라고 하고 고배당을 노린다면 4-5를 사보라고 한다. 모두가 맞추는데 의미를 두기 위해 저배당으로 차권을 샀다.
8경주가 스타트하였다. 경륜은 스타트하여 결승선 통과까지 6바퀴를 돈다. 4바퀴는 선두차가 유도하고 마지막 2바퀴를 돌며 결승선을 골인하는 것인데 일행이 표에 찍은 자전거들이 잘 달리고 있다. 그런데 결승선을 거의 다 와서 선입하고 있던 3번이 넘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뒤따라오던 1번, 6번, 7번이 연쇄적으로 넘어졌다. 4명의 선수가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바닥에 곤두박질 친다. 지켜보던 관중석에서 비명과 아우성으로 소란스럽다. 결승선을 5번이 1등, 4번이 2등, 그리고 2번이 3등으로 통과하는 것이다. 순간 기수들의 시선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선수들에게 가고 있다.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경주 중에 낙마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쓰러져 있는 선수들을 후송하여 가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 앉으니 어느덧 차권 이야기가 나온다. 맞추는 즐거움이라도 찾으려고 인기 있는 선수에 베팅 하였기에 모두가 오링 되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웃고 있는 일행이 있다. 태종이 부인과 강병은 기수가 배당을 보고는 4-5를 사라고 하여 어차피 본전 찾기는 어렵고 하여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4-5를 샀는데 맞춘 것이다. 그리하여 태종이 부인과 강병은 기수는 잃은 것을 복구하게 되는 행운을 안았고 나머지 일행은 수업료를 톡톡히 내는 신세가 되었다. 잃은 기수 모두가 나에게 책임지라고 하기에 다음에는 꼭 따게 하여 준다고 하면서 입을 막았다. 본전 생각이 나기에 언제 날잡아 경륜장에 가서 본전을 찾아야 하는데 그날이 언제쯤일까? 이규승 기자가 돼지꿈을 꾸는 날 다시 전화를 주시겠지,,,,빨리 전화 좀 주세요...

P.S..경륜은 출발하면서 서로 뒤에 가려고 한다. 그러니 경마처럼 늦발주라는 의미가 없으며 발주 사고가 없다, 그리고 말처럼 진입 거부가 없는 것이 경마와 다르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