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권의 취득
문) 이 사건은 甲의 소유인데, 1942년 5월 20일 조선총독부가 폭격으로 인한 화재의 연소에 대비하기 위해 강제로 그 대지상에 있던 甲의 건물을 철거하여 공지로 만든 이래, 1962년 5월 20일까지 인접 대지의 소유자 乙이 도로로서 평온·공연하게 甲의 이의를 받지 아니한 채 종로5가의 대로에 연결되는 통로로 사용하여 왔다. 그 후 통로로서의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 甲이 乙이 상대로 위 대지에 대한 소유권의 확인을 구하였는데, 이에 대해 乙은 민법 제294조에 의한 지역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하였다.
위 사례에서 乙의 시효취득은 인용될 수 있는가?
답) 지역권은 지역권설정계약과 등기에 의하여 취득한다(민법 제186조) 그 등기실행은 승역지의 등기용지에 지역권의 등기를 하고, 한편 지역권의 부종성을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요역지의 등기용지에 지역권의 내용을 직권으로 기재한다.
지역권은 ‘계속되고 표현된 것’에 한하여 민법 제245조의 규정(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을 준용한다.(민법 제294조) 계속지역권이란 권리의 내용이 끊임없이 실현되고 있는 지역권을 말하며(예: 통로의 개설), 표현지역권이란 권리의 내용의 실현을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지역권을 말한다.(예: 통로의 개설) 이처럼 「계속되고 표현」된 지역권에 한하여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이유는, 먼저 불계속 지역권은 승역지로서는 손해가 적은 관계로 승역지의 소유자가 인정상 이를 인용하는 것이 보통이며, 또 불표현 지역권은 외부로부터 인식될 수 없으므로 승역지의 소유자가 이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들 경우에는 시효에 의한 지역권의 취득을 인정하는 것은 도리어 시효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계속·표현」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통행지역권에 관하여 요역지의 소유자가 승역지상에 통로를 개설하여 승역지를 항시 사용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상태가 민법 제245조에 규정된 기간 계속된 사실이 있어야 한다.(대판 1966년 9월 6일) 특히 그 통로개설이 요역지 소유자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요역지의 소유자가 기타 사용권자만이 시효취득을 할 수 있으며 요역지의 불법 점유자는 시효취득 할 수 없다고 한다.(대판 1976년 10월 29일)
위에서 본 판례와 같이 통행지역권의 시효취득의 요건으로 요역지의 소유자가 타인의 토지를 20년간 통행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요역지의 소유자가 승역지상에 통로를 개설하여 승역지를 항시 사용하고 있는 상태가 민법 제245조의 규정된 기간 계속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설문에서는 그 통로의 개설이 요역지 소유자인 乙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乙은 통행지역권을 시효취득 할 수 없다.


작 성 자 : 양건식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