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과 약관
문) 甲이 그의 트럭을 열쇠를 꽂아 둔 채 도로에 정차시켜 놓은 사이에,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丙이 이를 무단으로 운전하다가 乙을 치어 乙이 사망하였다. 甲은 乙의 유족에게 그 손해를 배상한 후에 이미 체결된 자동차 종합보험계약에 따라 丁보험회사에 위 배상금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였은데, 丁은 자동차 종합보험 보통약관의 규정(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회사가 보상하지 아니한다)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丁의 항변은 정당한가?

답)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를 불문하고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 계약에서는 약관이 거의 대부분의 영업종목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약관은 많은 경우 계약체결 당시에 이미 조문화되어 계약서의 뒷면이나 별지에 인쇄되어 있고, 고객이 그 정형계약서에 서명함으로서 계약의 내용이 이루게 된다.
위 설문의 쟁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불공정조항에 해당하느냐이고, 두 번째는 그것이 긍정될 경우에 그 조항 자체가 무효가 되느냐 아니면 그 조항 자체는 존속시키되 다만 그것을 한정적으로 해석할 것이냐 이다.
먼저 보험약관이 보험사업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작성되고 보험계약자로서는 그 구체적 내용을 검토할 기회 없이 보험계약이 체결되는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자동차보유자의 지배·관리가 전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 소지여부에 대해서까지 그 책임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것은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약관 규제법 제6조와 제7조에 의거 불공정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불공정조항은 무효이고, 이 경우에 계약은 나머지 부분만으로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이 원칙이다.(약관규제법 16조 본문) 그런데 위 설문에 대한 판례에서는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전면적으로 무효로 보지 않는다. 즉, 보험계약자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는 경우에만 그 적용을 배제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그 적용을 긍정하며, 이와 같이 수정된 범위내에서 유효한 조항으로 유지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설문에서 보듯이 甲이 丙에 대해 자동차의 운전에 대해 통제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으므로, 丁보험회사가 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근거로 면책을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작 성 자 : 양건식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