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올림픽은 개최도시의 크고작음을 떠나, 진행상의 실수 여부를 떠나, 이념의 차이를 넘어 전 세계인의 축제다.

경마에도 축제가 있다. 켄터키더비니 프리크니스스테익스니 하는 미국의 3관 경주가 그렇고 서러브렛 생산자들이 주인인 브리더즈컵이 그렇고 돈 잔치인 두바이 월드컵이 바로 그런 경마올림픽이면서 동시에 경마축제다. 3만 불도 안 되는 경주마를 갖고 경마를 시행하는 우리 형편에서는 그림의 떡인 그네들만의 잔치지만.

지난주로 4주간의 야간경마가 끝났다. 나름대로 우리의 경마축제였던 이 기간 팬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어느 해보다 풍성했던 경품 잔치, 색다른 이벤트가 연일 열렸건만 마사회의 기대와 달리 매출장부는 초라했다. 입장인원도 기대에 못 미친다. 그래도 하락세가 진정되고 이제부터 상승국면을 맞을 거라며 마사회는 스스로를 위안하는 모양이지만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20% 이상 빠졌다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덜 줄었다’며 한가로운 타령을 할 땐가 싶다.

한 팬은 기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국적 클래식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야간경마가 주는 ‘부족한 그 무엇’을 아쉬워했다.

기자도 공감하는 바다. 여친소 무료 상영도 좋고 얼음집 파티도 좋지만 경마인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다름 아닌 경마축제다. 경주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을 느끼면서 즐기고 싶은 것이다.

야간경마엔 바로 이런 감동이 빠져 있었다. 특별함도 없었다. 주로에 켜지는 조명의 현란함에 잠시 시선을 둘지 몰라도 그 것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란 소리다.

매년 12월 둘째 주쯤이면 항상 그랑프리가 열린다. 국산, 외산 가릴 것 없이 서울경마장의 모든 말들은 이 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거리도 재보고, 체중도 맞추고, 훈련방식도 바꿔보고, 적임 기수도 찾고… 그리고는 저마다 우승 욕심을 드러내며 대회에서 전력 승부를 펼친다. 코끝이 빨개질 정도의 추위 속에서도 이 경주를 관람하고자 많은 팬들은 경마장을 찾는다. 이런 게 바로 우리 나름의 경마 축제인 것이다.

야간경마도 이제 진정한 축제문화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외형만 자꾸 부풀릴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좀 내보자는 뜻이다.

코리안 브리더즈컵은 어떤가. 최단거리부터 최장거리를 고루 배정해 국산마들로만 경주를 편성하는 거다. ‘산천호걸’부터 ‘새강자’까지 모든 국산마가 군, 마령 이런 제한없이 오픈방식으로 1000m, 1400m, 혹은 2000m를 뛴다면 흥미롭지 않겠나.

삼성 월드컵은 어떤가. 국내 대표 기업 중 한 곳을 스폰서로 유치해 부가상금까지 10억 원 가량의 우승 상금을 걸고 월드컵까진 안되겠지만 내셔널컵 정도 수준의 대회를 연다면?

헤럴드배(국산 2세마), 코리안더비(국산 3세마), 그랑프리 등 한 해 굵직한 대회가 이날 하루에 각기 다른 거리, 오픈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이 또한 볼만할 것이다.

적어도 지난 몇 달간 주기적으로 반복됐던 국산2군 경마대회의 식상한 편성이나 승부와 관계된 엄청난 루머들로 흥미를 뚝 떨어뜨렸던 여타 대회들보단 낫지 않겠나.

마사회는 올해부터 한국식 그레이드 경주를 시행하고 파트3 진입 등을 일궈내며 나름대로 다른 경마시행국들과 보조를 맞추려 애쓰는 중이다. 또 내년이면 비록 공인된 국제경주는 아니지만 외국 경주에 우리말을 출전시키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훌륭한 노력이고 평가받아 마땅한 시도인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주문을 보태본다.

서울경마장이 내세울 수 있는 전통적 이벤트, 문화적 행사를 마련해 달라는 게 그것이다.

이 시기만 되면 전국의 경마팬들이 마음 설레며 경마장에 모여들 수 있게, 외국 관광객이 찾았을 때 국가적 명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서울경마장만의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축제, 문화의 장을 열어가자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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