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에 다시 복귀한다고 하니 소풍 전날 기분이 좋아서 들떠 있는 어린이들의 마음처럼 필자의 마음도 흥분하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도 아빠가 다시 말을 탄다고 하니 너무나 좋아하며 경마장에 놀러 온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쁜 마음의 흥분 속에서도 한편으론 걱정도 앞선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체중 감량과 체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전에 말에 기승 할 때는 50.5kg을 항상 유지하였는데 말을 탄다고 생각하고 체중을 달아 보니 57kg이므로 부담중량 55kg의 말에 기승 하려면 알몸으로 53kg은 최소한 맞추어야 하므로 두 달간 체중 조절 계획을 세웠다. (복색 입고 장화 신으면 1kg과 안장을 가볍게 얹을 때 1kg을 합하여 55kg을 맞추어 말을 탈수가 있다). 간혹 기승을 하지 않는 필자를 TV모니터에서 보고는 살이 너무나 찌었다고 핀잔을 주던 팬들도 있었는데 실제로 팬들의 걱정하는 만큼 살을 빼야 경주로에 나설 수가 있기에 기승 하기 첫째 위한 조건은 체중 조절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한창 말을 탈 때는 체중 감량을 쉽게 하였는데 막상 말을 탄다고 하고 체력훈련을 하면서 4kg을 감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통 체중조절을 하는 기수들을 보면 월요일, 화요일은 밥을 먹고는 수요일부터는 식사량을 줄이며 하루에 한끼나 두끼밖에 먹지 않으며 체중 감량을 하느라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는데 필자도 4kg을 빼기 위하여 식사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보니 먹는 음식을 보면 왜 이렇게 군침이 드는지 입안에서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식사량도 줄여가며 피나는 노력 덕분에 경주 전날까지 53kg을 무사히 맞추었다. 이 정도 감량을 하고서 체중 감량을 한다고 하면 체중 감량하는 기수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아무튼 필자는 고생을 많이 했다. 체중 감량에 성공하고 나니 이제는 또 다른 걱정이 드는 것이다.

오랜만에 경주에 기승 하는데 결승선 꼴인 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말을 몰고 들어 올 수 있을까 하는 염려이다. 팬들은 기수들이 말 등에 오르면 말이 알아서 뛰어 주기 때문에 걱정할게 무엇이 있냐고 할지는 모르지만 간혹 기수들이 기승정지나 부상으로 몇 주간 쉬었다가 기승을 하면 결승선을 꼴인 하는 순간 숨이 턱까지 차며 말에서 내려오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며 너무나 힘들어서 헤메는 것을 보았고 필자도 경험을 하였기에 결승선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 기승준비를 하는데 주위에서 경주를 잘할 수 있게냐고 물으며 오랜만에 기승 하는데 부상 없이 너무 무리하게 기승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여 준다. 잘 탈수 있겠냐고 물을 때마다 필자가 그래도 경주를 약 3600회 정도 출전한 경험이 있기에 자신 있다고 대답은 하지만 솔직히 많은 걱정이 된 것은 사실이다.

경주로에 복귀하매 있어서 체중감량, 체력단련, 그리고 심적 부담이 있기는 하였지만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숙소에서 안장 , 채찍등 기승 장구를 가지고 기수대기실에 가니 기수들이나 경마진행 요원들이 축하한다고 한마디씩 한다. 이거 영 쑥스러워서(?), 오랜만에 복색을 입으니 감회가 새로웠으며 토요일날 제1경주 "새카드"를 기승하기 위하여 전 검량을 받는데 부담중량이 조금 오바 였다. 필자는 알몸으로 53kg을 맞추었는데 기수대기실에 내려오기 전에 여러 조교사들과 체중을 뺀 상태에서 커피를 몇 잔 마신게 체중이 조금 오바 되게 한 것 같았다.

필자는 순간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오랜만에 말에 기승 하다 보니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하였는데 마침 옆에 있던 박복규 기수가 선배님 아주 가벼운 장화가 있으니 바꾸어 신어 보라고 한다. 중량 오바로 첫 경주부터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닌지 창피스런 걱정만 앞섰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떠오르지가 않았다. 박기수의 말대로 부담중량을 맞추기 위하여 가장 가벼운 장화를 신고 그리고 복색도 가벼운 것으로 바꾸어 입고 속옷(팬티와 매리야스)를 벗고 다시 검량을 하니 검량위원 재량으로 양해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딱 맞추어서 전 검량을 무사히 통과하였다.(기수들은 체중 때문에 팬티를 입지 않고 경주에 기승 하는 경우도 있슴)

부담중량을 맞추느라 오랜만에 복귀하면서 첫 경주를 팬티도 입지 않고 기승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는 말을 타고 경주에 기승 하여야 하는데 주위의 사람들이 (기수, 조교사를 제외하고) 한번도 기승하지 않은 말을 어떻게 타낼 수가 있겠냐고 걱정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기수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교를 한번도 기승하지 않은 말일지라도 기승하기에 앞서 조교사에게 해당 마필의 각질에 대하여 설명과 작전 지시를 듣고, 말에 기승 하였던 기수나 소속조 기수를 찾아가서 말의 악벽이나 말의 상태에 대하여 묻고는 말의 각질에 따라 기승하기에 한번도 기승하지 않은 말일지라도 레이스에서 무리 없이 기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러 저러한 과정을 거치며 말에 기승하기 위하여 조금은 어색해 하며 예시장에 나가니 많은 팬들이 오랜만이라며 응원을 하여 주는데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팬들의 화이팅을 들으며 이것이 기수란 직업의 매력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기수에게는 많은 팬이 있기에 힘이 솟는 것이다. 이제 다시 말 등에 올랐으니 팬들을 위한 멋진 레이스를 펼쳐야겠다. 다시 말을 탄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이 좋을 줄이야............

작 성 자 : 홍대유 cutebear@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