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7)-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욕을 많이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기수란 직업은 말을 타고 있는 동안은 항상 욕을 얻어먹기에 기수들은 일반인 보다 오래 살 것 같다(?). 이러한 욕을 항상 얻어먹고 사는 직업을 택한 기수들을 보고 왜 기수가 된 사연을 들어보니 나는 너무나 뜻밖의 사실에 놀랐다. 몇 명의 기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수가 경마장과는 아무런 연고나 경마장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이 경마장 기수에 대해 처음으로 신문에서 보거나 주위 사람들이 경마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경마장에서 말을 타는 기수 얘기를 듣고는 기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현역 기수 중에는 기수가 뭔지도 모르고 기수가 된 기수도 여러 명 있는데 이렇게 아무런 연고도 없이 기수가 되고서는 기수인 본인들 때문에 경마장을 전혀 모르고 지내던 주위에 친했던 사람들이 경마장에 와서 베팅을 하고 경마를 즐기는 사연들이 많은데 이렇게 하여 경마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로 적당하게 레저로서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도를 넘어서 타락하면서 경마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필자도 서울에 살았지만 주위에 경마장에 다니는 사람은 없었는데 필자가 기수가 되고서 필자의 친구들중 경마로 인해 겪은 사연을 하나를 소개하면,

때는 ,, 1988년 한여름 ,,그해 나는 결혼을 하여 살고 있었는데 친구가 저녁에 집에 찾아 왔다. 그래서 반갑게 맞으며 술을 한잔 마시는데 친구인 S 왈 밑도 끝도 없이 경마를 하여 달라는 것이다. 갑자기 난 술을 마시다... 띠옹~ 띠옹~..정신이 확 띄었다.

S는 나에게 내가 기수가 되고서 나 몰래 경마장에 가끔 와서 마권을 샀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회사 공금을 갖고 마권을 사서 깨져서 회사에 입금할 돈을 마련할 수가 없어서 그러니 나 좀 살려 달라고 하는 것이다. S는 나에게 20만원을 주며 한번만 맞추어 달라는 것이다. S에게 나는 경마가 기수가 가르쳐 준다고 딸 수 있으면 내가 이렇게 전세를 살고 있겠냐고 말을 하여도 친구는 딱 한번만 가르쳐 달라고 막무가내이다.

이른 저녁부터 술을 먹으며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덧 내가 조교를 나가야 할 새벽 시간이기에 친구에게 잠 한숨 못 자고 조교를 나간다며 그리고 나는 밤새도록 마신 술 취한 상태로 조교를 하였다. 친구는 술 취하여 집에 가고...

저녁때쯤 되니 또 S친구가 찾아왔다. 나는 친구가 어제의 일로 미안해서 그런가 하였는데 친구는 나보고 섭섭하다며 경마를 하여 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얘기를 하여도 듣지 않는 친구는, 이백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잘린다고 하면서 잃어도 좋으니 딱 한번만 경마를 가르쳐 달라고 애원이다. 친구와 나는 서로 되니 안되니 입씨름을 하다보니 어느덧 조교를 나가야 할 시간이기에 친구와 나는 헤어졌다 .친구는 집에 가고 나는 술에 취해 조교를 하러 가고( 과거에는 아무리 술을 먹어도 조교를 빠질 수가 없었고 그러기에 술을 마시고 조교를 하는 경우도 있었음)

이틀간 나의 집에 와서 경마를 하여 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연락도 없고 소식도 없더니 S가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전화가 왔다. 깜짝 놀라 병원으로 가보니 친구는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산소 호흡기를 끼고서 중환자실에 있었다. 자살을 하려고 차를 몰고 가다 중앙선을 넘어가 반대편에서 오던 차와 충돌을 하였는데 다행히 친구가 죽지는 않고 갈비뼈가 여러개 부러지고 무릅뼈도 깨지고 아무튼 몸이 심각하게 부서졌다.

나에게 경마를 하여 달라고 쌩때를 부리다 안된다고 하니 공금을 마련할길이 없기에 자살을 기도 한 것이다. 건 10개월정도 병원에 입원하였다 퇴원하여 친구와 나는 옛날처럼 사이좋게 지내다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사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S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지하게 신이 나서 시내로 빨리 나오라는 것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대답도 없이 술 사줄테니까 빨리 나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내에 나가니 친구는 오늘 경마장에서 구구구를 맞춘 얘기를 하는 것이다. 만원어치를 사서 백만원이 넘게 찾았다며 흥분에 들떠 있었다.

세상이 모두 자신의 것인양 신이 나서 어쩔줄을 모르기에 친구와 나는 구구구에 대한 축배를 들며 술을 신나게 마셨다. 경마 때문에 자살을 기도했던 사실은 까맣게 잃고 "축배" "축배" 우리는 축배를 하였다,

이제 S친구는 경마를 아주 좋아하는 팬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마장에 와서 경마를 즐긴다. 와이프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아이들은 경마공원에서 놀고 친구는 십만원을 갖고 하루 6경주정도 즐기고 간다. 이제는 자신의 생활에 있어 경마를 빼면 자신의 사업이 잘 안된다며 경마 매니아이다.

다행히 친구는 경마를 취미로 즐기고 기수를 알아 봐야 경마가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경마장에 와도 부담이 없고 스티레스를 풀기에 일주일중 마장에 오는 날이 가장 즐거운 날이라고 한다. ,,친구의 취미인 경마가 좋은 이미지로 계속 간직하기 위하여 기수들에게 더 열심히 말을 타라고 하여야겠다.

작 성 자 : 홍대유 cutebear@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