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던 한국경마가 80년대 후반부터 국산마 생산을 시작하면서 국제적 경쟁의 틀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난 98년 국제혈통서위원회 가입과 2002년 외국산마 개별거래 허용, 지난해 파트3국 진입, 올해 봄 제30회 아시아경마회의 성공적인 개최, 9월30일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등을 통하여 한국경마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여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마현실을 살펴볼 때 선진 경마산업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타의 다른 산업들처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국적 현실을 무시할 순  없지만 한국적 현실에만 매몰돼 있다가는 국제적 경쟁을 해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아예 경마를 시행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특히 국회나 정부의 인식부족,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 등을 감안할 때는 더욱 그렇다.

세계경마는 경주마의 품질에 따라 파트1, 2, 3, 4국가로 나뉘어 진다.

파트1 국가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칠레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뉴질랜드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속해 있다.

파트2 국가는 일본 스페인 우루과이 홍콩 인도 멕시코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말레이시아/싱가폴 아랍에미리트 베네주엘라 등이 포함돼 있다.

파트3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오스트리아 체코공화국 도미니카 에콰도르 헝가리 자메이카 네덜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스위스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다.

파트4 국가는 위의 나라들을 제외한 세계 모든 경마시행국으로 보면 된다.

세계 1백여 경마시행국 중 파트국가에 진입한 나라는 그 절반인 60개국이다. 아시아의 경우 20개 경마시행국중 우리나라가 11번째로 파트국에 진입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시아국가에서는 아직도 파트1 국가에 단 한나라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선진경마국 반열에 올라 있는 일본도 아직 파트1 국가에 진입하지 못한 채 파트2 국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경마는 태생에서부터 전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직도 경마시행제도며 여러 시스템이 일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경마가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적 모순을 안고 있는 여러 경마시행제도를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우리의 경마산업이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선진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경주마 생산과 육성에 사력을 다해 매진해야 하고 마주제를 전면적으로 오픈해야하며 마주나 생산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국제적 기준에 뒤떨어져 있는 말등록규정을 개선해야 한다. 경마상금과 연계하여 경주체계를 선진화시키는 것도 중요하고 경마산업과 관련한 조세체계의 개선을 통해 마주 조교사 기수의 세금부담을 덜어야 하며 기타소득세 폐지 및 레저세 인하 교육세 환원 등을 통해 경마팬들에게 환급률을 높여주어야 한다. 경마팬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제와 규제만으로 부정경마를 막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상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경마부정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국경마의 가장 큰 병폐는 소위 ‘간다 안간다’로 요약되는 경마부정 또는 승부조작의 시도이다. 한국마사회는 부정경마가 발생할 때마다 통제와 규제를 강화하고 단속에만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통제와 규제를 통한 단속강화는 편법과 불법을 양산하여 또 다른 부정행위만을 파생 시킬 뿐 효과적인 부정경마 방지책은 되지 못했다.

생산자 마주 조교사 기수 등 경마시행에 직접 관여하는 관계자들이 경주마를 매매하거나 경마상금을 버는 것 보다는 간접적으로라도 마권을 구입하여 적중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는 이상 경마부정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우리는 지금 한번 교배료가 수억 원에 이르는 세계적 경마산업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훌륭한 경주마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종마산업이 고부가가치의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제도의 선진화만이 부정경마를 근절시키고 공정경마를 구현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해야 한다. 독재와 권위의 상징인 통제와 규제를 걷어치우고 질 좋은 경주마의 생산-육성-매매-소유-관리-기승에 모든 경마창출자들이 전념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