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경마가 출발한지 3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첫날부터 대이변이 속출해 경마팬은 물론이고 모든 경마산업 종사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런 현상은 첫날보다는 덜했지만 경마일 2일째인 지난주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산경마의 이변 속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경마의 이변 속출은 경마팬 확보와 관련하여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위 경마의 사행적 성격에 비추어본다면 한탕을 노리는 심리를 자극하여 사행심이 강한 국민들을 경마장으로 불러모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마는 여타의 다른 사행성 오락과는 확연이 다른 특징이 있다.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합리적 오락이라는 점이다. 복권이나 카지노처럼 단순한 운에 의존하는 오락이라면 전세계 100여 국가에서 시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벌써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경마는 흔히 마칠인삼(馬七人三)의 게임이라고 하여 경주마의 능력을 70% 사람 즉 기수의 기승술을 30%로 평가를 한다. 그런데 한국경마는 왠지 경주마의 능력보다는 기수의 기승술을 더 우위에 두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대부분의 경마팬들 뿐만아니라 경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도 경주마의 이름을 기억하기 보다는 기수와 마번 만을 기억하여 대화의 소재로 삼는다.

이르테면 “태종이가 탄거 5번 있잖아. 그거 봐놓고도 못맞혔어” “옥성이 탄거 6번하고 완식이 탄거 10번이 들어와서 999터진 거 그동안 철저히 빼먹었기 때문에 들어올줄 알았어” “마방에서 4번하고 9번이 간다고 소스가 나왔어” “3년 전에 3번 7번 들어와서 5백 배당 터진거 그거 2만원어치 맞혔거든” 뭐 대충 이런 식이다.

이런 대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주마의 이름은 대부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그만큼 한국경마가 팬들에게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경주마의 능력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기수의 기승술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여 추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소스(정보)에 의존하려는 것은 우리 경마의 불신을 그만큼 더 높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부산경남 경마에 대해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년이 넘게 모의경주를 실시했다고 하나 경주마의 능력을 정확하게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소스에 의존하려는 경향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일반 경마팬 뿐만아니라 예상전문가들 까지도 조교사나 기수 마필관리사의 정보만을 믿고 우승마를 추리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러한 관행이나 문화를 뜯어고치지 못하면 한국의 경마문화가 선진화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쓸데없는 루머가 난무함으로써 공정한 경마풍토를 헤치고 후진 경마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산경남 경마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경마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의 선진화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필자가 여러차례 주장했듯이 현재의 군체계를 폐지하고 경주마의 나이 성별 수득상금 우승횟수를 근간으로 하는 경주편성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부산경남 경마공원은 서울경마와 달리 선진화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오래동안 연구하고 노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경주편성 체계의 근본은 서울시스템을 원용하면서 곁가지만 선진제도를 접목시킨다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근본을 개선해야 선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시행중이 군체계를 그대로 둔채 선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여러차례 주장했지만 부정경마는 단속으로만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도를 선진화시키면 단속에 의존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훨씬 큰 공정경마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경마의 시작은 한국경마역사의 새로운 이정표이며 한국경마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모티브다. 부산경마의 성공이 한국경마산업 전체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므로 하루속히 부산경마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을 기울이자.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