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 정책 조정회의를 열고 지난 2001년부터 한시적으로 적용되던 지방교육세(마권매출액의 6%)가 올해 말로 적용기간이 만료되는 것에 대하여 내년부터 3년간 연장하고 그 이후는 마권매출액의 4%로 영구세화 하기로 했다. 이렇게되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마산업은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마권매출액에 대한 지방교육세는 1991년 방위세가 폐지되면서 등장했다. 1995년까지 처음 5년간 마권매출액의 2%였던 세율은 1996년부터 교육재정확충이라는 명분하에 5년간 한시적 적용을 전제로 5%로 인상되었다. 5년이 지난 2001년도에 다시 2%로 환원이 되었어야 마땅했지만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1%를 인상해 6%를 적용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2003년 기준 3천7백5억원을 포함 지난 4년간 1조7천억원의 지방교육세를 징수했다. 경마산업 침체기의 한복판에서 이 정도의 세금을 납부했으니 그동안 교육재정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돈을 벌면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긴 하지만 경마에 교육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원칙이나 형평에 맞지 않는 처사다. 경마산업을 사행산업(도박)으로 치부하면서 국가의 백년대계 정책인 교육재정에 충당한다는 것은 이론상 앞뒤가 뒤틀린 것이 아닌가. 지금처럼 경마산업이 계속 사양화길을 걷게 돼 세원자체가 없어진다면 한국교육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교육도 교육이려니와 경마산업은 경주마라는 가축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축산농민들의 고통이 어느 계층 보다도 클 것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우리 농촌을 살려야 할 판에 축산진흥기금 등 농어촌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경마산업을 고사시키려는 저의가 무엇인가.

한국의 경마산업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뜩이나 많은 세금으로 인해 다른 나라의 경마팬보다 한국의 경마팬은 큰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경마를 즐기고 있다. 현재 경마매출에 붙는 세금은 기타소득세를 포함하여 20%가 훨씬 넘는다. 경마상금 등을 주기 위한 한국마사회의 수익금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경마팬들은 자신의 투자금액의 30%가 넘는 돈을 원천징수 당한 상태에서 경마를 즐기고 있다. 즉 고리로 30%를 먼저 떼어놓고 나머지 돈으로 경마를 즐기고 있다.

선진경마국보다 훨씬 많은 고리를 떼이고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이 부문의 모순해결을 건의해왔으나 경마팬의 바램과는 정반대의 정책이 결정되어 여러 문제를 야기 시켰다. 즉 마권구매에 과도한 세금을 책정함으로써 세금 한푼 내지 않는 사설경마(맞대기)를 양산시켜 마권매출 감소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사설경마꾼들은 한국마사회 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주는 것을 미끼로 선량한 경마팬을 사설경마에 끌어들여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이 현실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한국마사회의 매출액보다 더 많은 돈이 사설경마로 빠져나간다는 예측까지 있다.  예측대로라면 정부도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교육세를 영구화하려는 움직임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결국은 모두를 잃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는 당초의 약속대로 현행 교육세를 2%로 환원해줘 마권매출을 늘리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정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교육세를 환원해 사설경마를 줄인다면 그 많은 돈의 2%는 항상 교육세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마팬에 대한 사회적 무시와 편견에 따라 온갖 명분의 세금이 경마에 부과되어 왔고 별다른 조세저항도 없었다. 경마에 대한 무분별한 세금징수로 최근 경마산업이 아사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물론 경주마생산자협회 마주협회 경마팬단체 등도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서명운동과 시위 등 단체행동을 하면서까지 교육세 환원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상황이다. 국가의 3대 기간산업으로 경마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호주나 아일랜드 같은 나라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