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우드바인경마장에 와 있다. 우드바인경마장은 토론토피어슨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경마장이다. 특히 불세출의 명마 노던댄서가 현역시절 대부분을 이 경마장에서 활동해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가는 경마장이기도 하다.

필자가 처음 우드바인경마장을 찾은 것은 지난 1996년 가을 브리더즈컵경마대회가 이 경마장에서 열릴 때였다. 당시에는 밀려드는 사람들을 수용하지 못해 경주로 외곽에 임시 나무의자로 스탠드를 만들어 경마팬을 수용할 정도였다. 당시 우리의 서울경마공원도 마권을 사기 힘들 정도로 혼잡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 경마라는 것이 원래 그러려니 생각했다.

필자가 다시 우드바인경마장을 방문한 것은 그로부터 6년 후인 2002년 봄이었다. 미국 볼티모어 핌리코경마장에서 벌어진 프리크니스스테익스를 관람한후 외산마개별거래에 따른 외산마 구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였다.두번째 우두바인경마장을 찾은 필자는 처음 방문했을때와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람들의 물결로 넘쳐나던 축제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한산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어쩌다 마주치는 경마팬들의 모습은 생기를 잃었으며 젊은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다시찾은 우드바인경마장. 이번에는 입구부터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시야를 가로막는 카지노 선전 간판과 네온사인........경마장을 선전하는 것인지 카지노를 선전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관람대 안에도 온통 카지노를 선전하는 홍보물이 넘쳤다. 경마장관계자에게 왜 카지노를 설치했느냐고 물었다. 캐나다의 전통산업으로 인식돼온 경마산업을 중흥시키기 위해 설치했노라는 답변이었다.경마장에 카지노를 설치하면 경마매출은 줄어들고 카지노매출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재차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럴수 있지만 경마산업의 사양화를 막기 위해서는 카지노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금을 경마산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함으로써 경마산업의 사양화를 어느정도 막고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최근 우드바인경마장이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디 우드바인경마장 뿐이랴. 캐나다며 미국의 대부분 유명경마장들은 경마장내에 카지노를 설치 운영하면서 경마산업의 사양화를 막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세계 최다의 경주마 생산과 최고의 경마매출액을 자랑하는 북미대륙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변화는 경마산업에 대한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세계 최고최대라는 북미대륙조차 경마산업 사양화를 막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 한국의 경마산업은 어떠한가. 2년 연속 매년 20%대의 매출액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경마산업을 생각하면 가슴이 먼저 답답해진다. 물론 내수경기의 침체에 따라 다른 업종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우리의 경마산업은 사양화에 대한 대비가 너무 미흡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경마매출액의 급격한 하락의 파장은 경마산업 모든 분야에 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경마산업의 사양화를 막기위해 카지노까지 경마장에 들여오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경마산업 발전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경마장에 카지노를 설치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선진화된 제도와 정책은 왜 시행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마주제는 왜 오픈하지 않는 것인지, 경주체계와 상금제도는 왜 개선하지 않는 것인지, 마권구매상한선은 무엇때문에 철폐하지 않는 것인지......

범죄자가 아닌 국민이면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주마매매를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국민들의 경마에 대한 부정적 편견도 해소할 수 있을 터인데......현행 군체계의 경주편성을 폐지하고 상금과 연동하여 전체 경주마를 대상으로 나이 성별 우승횟수 수득상금을 기본으로 하는 경주를 편성하면 부정경마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텐데.......마권구매 상한선을 철폐하면 사설경마로 빠져나가는 돈을 대폭 줄여 국가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 지하로 빠져나가는 돈이 경마산업에 투입되어 사양화길을 막을 수 있을텐데........

우드바인 경마장이 경마산업 사양화를 막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경마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을 하다보니 어느덧 해는 서쪽 지평선 너머로 지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우드바인경마장= 본지 발행인 김 문 영(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