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현대경마가 시작될 때는 코스에서 경주마의 지구력을 테스트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경마장을 표현할 때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이나 영연방 국가들은 지금도 레이스코스(Race Course)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리고 실제 레이스도 경주마들이 코스를 달리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던 것이 북미대륙에서 경마산업이 크게 부흥하면서 경마장의 성격은 경주마의 지구력을 검증하는 레이스코스의 성격보다 속력을 검증하는 레이스트랙(Race Track)의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어느 경주마가 더 오래 끈기 있게 달리는가 보다는 어느 경주마가 일정구간을 더 빠르게 달리는가를 검증하는 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북미지역 경마장은 경주로를 지칭할 때 레이스트랙이라는 표현을 쓰고 유럽 쪽 경마장들은 레이스코스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마 역사를 살펴볼 때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럽 쪽 경주마들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80년대 말부터는 북미대륙의 경주마들이 세계를 제패하기 시작했다. 역사는 종종 위대한 한 인물에 의해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곤 했다. 경마산업도 마찬가지다. 북미대륙의 경주마들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배경에는 노던댄서(Northern Dancer)라는 위대한 경주마가 있고 노던댄서를 생산하고 육성한 윈드필드목장(Windfields Farm)이 있으며 또 그 목장을 일궈냈던 테일러(E.P. Taylor)라는 위대한 경마인이 있었다.

노던댄서를 탄생시킨 윈드필드목장의 역사는 1936년 5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테일러는 애니메식(Animessic)이란 경주마를 800불에 사들여 경주에 투입시켰다. 이 경주마는 볼품없는 말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테일러의 극진한 보살핌에 힘입어 출전하는 경주마다 우승을 차지했다. 신이 난 테일러는 본격적으로 경주마생산사업에 뛰어들어 미국은 물론 유럽의 유명한 씨수말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테일러는 드디어 1961년 네아르틱(Nearctic)과 나탈마(Natalma)의 자마인 노던댄서를 얻게 되었다. 이 노던댄서에 대한 설명은 하면 할수록 잔소리에 불과할 것이다. 캐나다 최대를 자랑하는 윈드필드목장은 그  규모만도 6백7만평방미터에 이른다.이 목장 출신의 말들은 지금까지 3백59회의 경마대회를 휩쓸었다.

현재 우리 서울경마공원에서 활동하는 많은 경주마들도 노던댄서의 피를 이어받은 경주마들이 질주하고 있다. 노던댄서의 무덤 앞에서 한국경마는 어떻게 해야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을 해보았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여러 모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한올한올 엉긴 실을 풀어가듯 한국경마산업의 모순을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경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육성 진흥을 기본으로 현행 마주제를 오픈하고 상금제도와 연동하여 경주체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생산농가들이 열의를 가지고 이제는 양보다 질이 좋은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마주에 대한 자격 심사제를 철폐하여 범죄자가 아닌 국민이면 누구나 마주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질 좋은 경주마를 소유하려는 노력들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행 군제도를 폐지하고 경주마의 나이 성별 우승횟수 수득상금을 기본으로 하는 경주체계를 확립하고 경주성격에 따라 상금의 격차를 크게 하여 질이 낮은 경주마가 출전하는 레이스는 상금을 적게 하고 질이 좋은 경주마가 출전하는 레이스는 상금규모를 더욱 많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면 검찰과 경찰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공정경마가 확립될 것이며 경마산업의 발전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 윈드필드목장=본지 발행인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