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입니다. 경마원정대 선발대회에서 X등 하셔서, 유럽선진경마를 체험할 수 있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나두야 간다~!!! 평소 꿈에 그리던 영국과 프랑스더비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출발 전부터 예시장에 처음 나온 신마처럼 조금은 흥분되었다. 푸르르~~ 원정대의 첫 번째 방문지는 영국 서퍽주(洲) 뉴마켓시에 위치한 국립종마장(The National stud)이었다. 550만평의 광활한 초지로 구성된 종마장은 그 규모뿐 아니라, 마필의 사양관리, 출산, 훈련 등 시스템적으로도 경마선진국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아니,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 교배장이었다. 예전에 마사회 자료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교배장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받은 느낌과는 사뭇 다른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신방. 행여 있을 부상에 대비한 듯 푹신하게 깔린 톱밥침대(?)와 여러 보호장비들 등 시작(교배)부터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말을 생산하는 그들의 시스템이 마냥 부러웠다. 또 하나 이색적인 것은 NEVER SAY DIE나 MILL REFF와 같이 글로만 접했던 명마들의 무덤과 무덤 앞에 놓인 꽃다발이었다. 매년 기념일이 되면 그 마필을 그리워하는 올드팬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고 말하는 안내원의 목소리에는 보이지 않는 자긍심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두 번째 방문지는 영국 서리주(洲)에 위치한 그 이름도 유명한 엡섬경마장. 매년 6월에 열리는 엡섬더비는 왕실의 스포츠였던 경마를 국민의 스포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또한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도 중단된 일이 없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큰 대회이다. 현재 엡섬더비는 영국의 이동통신회사인 보다폰사(社)에서 후원하고 있기에, 보다폰더비라고도 불리고 있다. 엡섬경마장의 첫 느낌은 ‘페스티발’ 그것이었다. 멋지게 차려 입은 수많은 경마팬들과 푸른 잔디가 잘 어우러진 엡섬경마장의 풍경은 세상과는 조금 단절된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축제와도 같았다. 경기장 안쪽에는 가족단위의 경마팬들이 피크닉을 즐기듯 삼삼오오 모여 경주를 즐기고 있으며, 경기장면이 가장 잘 보이는 경기장 안쪽펜스에는 영국의 명물인 이층버스가 빼곡하게 들어서서 즉석관람대를 만들어 놓았다. 또한 결승선 앞에 위치한 Queen’ stand에는 연미복을 차려 입은 귀족들과 영국여왕인 엘리자베스2세가 많은 경마팬들과 함께 경마를 즐기고 있었다. 더비가 열리는 엡섬경마장의 모습은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첫 경주가 시작될 무렵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 한 가지를 발견했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경마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출발부터 시작된 함성은 경주 내내 이어졌으며, 결승선을 앞두고 최고조에 달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마필의 질주에 호흡을 맞추며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내 머리속에는 ‘Together’ ‘Enjoy’ 두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엡섬경마장에서 보았던 또 다른 진풍경 중 하나는 북메이커들의 마권발매였다. 이미 패리뮤츄얼제도와는 다른 북메이커 방식을 알고는 있었지만, 관람대 앞에 좌판을 펼치고 호객행위(?)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 이채롭게 보였다. 하일라이트인 DERBY S. [VODAFONE] G1의 우승마는 전날 방문했던 뉴마켓 출신의 Motivator가 차지했다. 우승상금 26억을 거머쥔 Motivator의 마주는 230명의 공동마주로 구성되어 말의 귀, 눈, 코 등 부분적으로 주인이 다르다고 한 게 참 신기했다. 여행 나흘째, 원정대는 프랑스경마의 메카로 불리우는 샹티경마장을 방문했다. 파리에서 북쪽으로 40km에 위치한 샹티경마장은 19세기에 만들어진 경마장으로 주변의 샹티성(Chateau de Chantilly) 과 숲으로 둘러싸여 유럽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예술의 나라답게 아름답고 고풍스럽게 꾸며진 샹티경마장은 영국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로 다가왔다. 영국의 엡섬경마장의 모습이 물 잘빠진 멋쟁이 청바지라면, 프랑스 샹티경마장은 단아한 한복(?)같은 느낌이었다. 경마장을 들어서면서 먼저 예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딱딱해 보이는 우리나라의 예시장 모습과는 달리 기수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조교사 및 마주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부러움을 자아내게 했다. 기마대의 멋진 식전행사가 끝나고 프렌치더비가 시작되었다. 언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지 싶을 정도로 경기장은 더비를 즐기러 온 각국의 사람들로 경마장이 가득 찼다. 연승을 달리며 인기1위를 기록했던 Hurricane Run를 따돌리고 경주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선행 승부수를 던졌던 Shamardal이 프렌치더비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박진감 넘치는 경주도 경주거니와 영국에서 느꼈던 ‘Together’ ‘Enjoy’ 두단어가 이곳 프랑스에서 다시 한번 떠올랐다. 팬과 말과 기수가 하나되어 열광하고 환호하는 모습은 분명 우리나라의 경마와는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유럽 선진경마를 보며, 생활속에 녹아있는 그들의 경마문화가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짧은 역사에도 한국경마가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마권구매나 환급서비스(프랑스에선 1시간을 기다리다 당일 환급을 못 받았다.), ON/OFF라인을 통한 풍부하고 다양한 정보제공, 훌륭한 관람시설(두 나라 모두 모니터가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등은 우리 경마수준이 상당함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그런 수준에 걸 맞는 올바른 경마관의 정립을 위해 시행체와 조교사, 기수, 마주, 경마팬 모두가 노력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Together’ ‘Enjoy’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선진경마를 꿈꾸며~! - 조재흠(제1기 선진경마 원정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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