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호주머니에서 맥가이버나이프를 꺼내 마치 자신이 그 차의 주인이라도 되는 듯 자연스런 손놀림으로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 시동 걸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산뜻한 빨간색상과 잘 닦여있는 외관과 잘 꾸며진 실내장식소품들과는 달리 출차년도도 오래되었고 주행거리도 이십만키로미터가 훨씬 넘은 탓에 시동을 걸기부터도 쉽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종원이 시동 걸기를 시도할 때마다 연신 끼리릭- 끼리릭- 하고 비명을 토해냈다.
"알았어. 임마! 소리죽여! 주인한테 알리겠다는 거야 뭐야?"
하며 종원이 차창 밖의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오가는 사람은 없었다.
"이거 완존히 똥찰 찍었구만! 그러게 사람이나 자동차나 겉만 보고는 모른다니까?"
종원이 투덜대며 다시 몇 번의 시동 걸기를 시도하자 연신 끼리릭- 끼리릭- 하고 비명을 토해내던 폭스바겐도 결국 제풀에 지친 듯 끼리링-하고 시동이 걸렸다. 폭스바겐은 엑세레이터와 브레이크의 작동상태도 썩 좋지 않아 출발부터 덜컹거렸다.
"이런 것도 차라고 끌고 다녀? 차라리 폐차를 시키던지..."
종원은 연신 투덜대며 덜컹거리는 빨간색폭스바겐을 몰고 겨우 빌라단지를 빠져나왔다.
지하철 입구쯤에 다다르자 길 한곳에 꽃을 파는 아주머니가 쪼구려 앉아있었다. 종원이 그 앞에 와서 차를 멈추고는 빵-빵- 크락숀을 울려대며 천 원짜리 두 장을 꺼내어 흔들어 보였다. 아주머니는 미소를 환하게 지어보이고는 꽃 한 송이를 가지고 와서 건네주었다. 종원은 꽃을 받아들고 아주머니에게 다시 손을 흔들어주고는 다시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차를 출발시켰다.
지숙이 다니는 대학의 켐퍼스 안을 요란스런 소리를 울려대며 한 바퀴 헤집고 다니던 폭스바겐은, 무용학과가 있는 건물 한구석에 자리한 주차장에 멈추어 섰다. 겨우 주차선 안에 주차를 하고 종원이 나오는데 나이들어보이는 경비원이 건물 안에서 허겁지겁 뛰어나오며
"여그에 차 세우면 안 되야요!"
하고 손을 내저었다. 종원은 잠시 눈을 껌벅이며 경비원을 바라보더니 이내 특유의 익살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경비원은 종원의 웃는 얼굴에 차마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여그는 교수님들 전용 주차장이니께 저그 아래 유료주차장에따가 세우시오. 잉?"
하고 억센 사투리로 애써 친절을 담아 말했다. 종원이 
"머라이케리휘트니휴스톤엠씨헤머마이클잭슨?"
하고 혀꼬부라진 소리로 팝가수들의 이름을 주워대자 경비원은 눈을 동그랗게 올려뜨고
"뭐... 뭐시라고라우?"
했다. 종원이 더욱 혀를 꼬부려  
"조지마이클탐존슨엘비스프레슬리올리비아뉴톤죤... 굳바이미스터칩스!"
하고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태연히 가버리자 경비원은 얼떨결에 멀어져가는 종원의 뒷모습에 꾸벅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잉... 새로 오신 교수님이다 그말이시구만 잉? 그랑께 사람은 역시 많이 배워야 허는 것이여 잉!"
하고 스스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종원은 계단을 올라가 무용 연습실이 보이는 복도를 가로질러갔다. 연습실에서 무용 연습을 마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종원이 지나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손짓을 하며 미소 지어 보이자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표정들로 웃어 보였다. 종원이 그들의 제일 뒤의 여학생 둘에게 막아서듯 다가가
"나지숙양 안에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둘은 처음에는 뻥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종원의 위아래를 훑어보고는
"아직 연습하고 있을 걸요?"
했다. 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탱규!"
하고 손을 들어보이자
그중 하나가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물었다. 종원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친굽니다."
하고 말했다. 다른 하나가
"애인 같은 친구에요? 친구 같은 애인이에요?"
하고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종원이 두 손가락 펴 보이며
"선택은 자윱니다."
하고는 다시 특유의 과장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연습실 안에서는 지숙이 혼자서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무용연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