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형이 흑인들의 기세에 눌려 뒤로 주춤 물러나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야! 뭐라고 얘기 좀 해봐!"
하는데 종원은 
"말했잖아? 얘네들 지금 영어로 말한다고?"
하고 여전히 너스레를 떨었다. 세형이 다시 
"그럼 너도 영어로 말하면 될 거 아냐?"
하고 언성을 높이자
"얘네들 한테 미국말 해줄 실력 있었으면 네놈말대로 벌써 허리우드에 가 있었겠다. 임마!"
하고 종원도 언성을 높였다. 둘이 열을 올리며 씩씩대는 모습을 보고 흑인들은 서로 마주보고 황당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 해보이더니 그중 하나가  
"지난번에도 토마스가 여기서 차를 잃어버렸는데 아마 이놈들 짓이었는지도 몰라. 경찰을 불러야겠어."
하고는
"헤이! 이리 와봐!"
하며 세형을 잡으려고 했다. 세형이 슬쩍 뒤로 물러나 종원의 뒤로 몸을 숨기며
"어떻게 좀 해봐! 어유 쪽팔려!"
하고 몸을 웅크렸다. 그런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주위로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볼만한 구경거리라도 생겼다는 듯한 표정들로 지켜보고 있는데 종원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성큼 앞으로 나서서
"톰쿠르스,닉놀테,부르스윌리스,에디머피,톰행크스,발킬머,브레드피드,케빈코스트너,오케이?"
하고 외국 배우 이름들을 줄줄 외워대자 흑인들이
"？트?"
하고 황당하다는 표정들을 지어보였다. 종원이 이번에는 한국말을 영어처럼 꼬부려대며
"네놈들 차가 쬠 멋있게 보여서 구경 좀 했는데 네놈들 차가 삐뽀삐뽀- 하며 과민반응을 보인 거야. 알아?"
하자 흑인하나가 다시
"변명하려들지 마! 네가 차 문을 열려고 하는 걸 저 안에서 다 봤어!"
하고 다시 강한 악센트의 영어로 소리를 높이며 종원을 툭 밀쳤다. 종원이 주춤 물러나며 안 되겠다는 듯 고개 젓다가 갑자기
"그래. 짜샤! 차가 멋있어서 구경 좀 했다. 구경 한 것도 죄냐? 구경하면 달아져? 이 씹새들아?"
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흑인도 지지 않고
"나 씹새 아냐 좆만아!"
하고 서툰 한국말로 소릴 질러댔다. 종원과 세형은 순간 뻥 하는 표정을 지었고 삥 둘러서서 그런 해프닝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종원도 히죽 웃으며 자신을 밀쳐내던 흑인에게 바싹 다가가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래. 그렇게 한국에선 한국말 쓰면 좀 좋냐? 우리도 너희나라 가면 너희나라 말 쓰잖아? 참 너희나란 원래 미국이 아니었지? 아프리카? 그렇지? 그래! 홀딱 벗고 맨발로 뛰어다니며 파인애플이나 바나나나 따먹고 살던 놈들이 조상들 잘 만나 노예로 팔린 덕에 미국 가서 자리 잡고 이렇게 폼 나는 차까지 끌고 다니게 됐잖아? 너 참 출세했다."
하더니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그래. 니 팔뚝 참 굵다! 굵어!"
하고는 더욱 과장되게 흑인들의 다시 어깨를 두드려댔다. 흑인들은 잔뜩 찌푸린 표정들로 종원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서로 마주보고
"지금 뭐라는 거야?"
"아마 머리가 약간 돈 놈 같다."
"미친놈?"
"그래. 미친놈!"
하고 영어로 떠들어 대고는 종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데 종원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도  
"오케이! 탱큐!"
하고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고는 뒷걸음질을 했다. 세형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빠이빠이!"
하며 뒷걸음질을 했다. 흑인들은 다시 어깨를 으쓱하며 저희들끼리 뭐라고 떠들어 댔고 종원과 세형은 걸음을 빠르게 옮겨 자리를 피했다.
"더러운 새끼들!"
종원이 가래침을 탁 뱉었다. 세형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난 갑자기 저놈들이 보기 싫어졌어. 나 미국 안 갈래."
하자 종원이 
"누가 너보고 오라고나 한데?"
하고는 짜증 투로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