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도?"
"그걸 말이라고 해?"
"비행기나 타봤어?"
"아니... 아직... 언젠간 꼭 탈거야."
"그래. 비행기 타고 가보자... 하와이, 마우이, 오하우, 호주, 쿠알라, 싱가폴,마닐라..."
하고 마치 종원이 외국영화배우들을 ？슷떳？資？규태가 외국지명을 열거해보이자
"난 유럽 쪽이 더 좋아. 파리, 모나코, 로마, 암스테르담, 하이델베르그, 도버, 런던, 마르세이유... 그리고 스위스... 그래. 알프스!"
하고는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종원이 소리를 높였다. 그런 종원을 흘낏 보던 규태가 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난 간다."
했다. 종원이 다시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며 
"가다니? 어딜?"
하고 물었다.
"전부 다!"
규태가 애써 힘주어 대답했다. 종원이 놀리듯 피식 미소를 지어보이며 
"언제 갈 건데?"
하고 물었다. 규태는 잠시 침묵하더니
"한껀 하면."
하고 대답했다.
"한껀 하면 나도 갈 수 있어!"
하고 소리를 높이고는 다시 놀리 듯
"그 많은 델 다 돌아보고 오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 지나 알아?"
했다. 순간 규태의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난 안 돌아와."
했다. 종원이 뻥한 표정을 지으며 
"안 돌아오다니?"
하고 묻는데
"씨팔!"
하고 규태가 대답대신 표정이 굳어지며 앞을 노려보고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종원이 뻥한 표정으로 규태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얼른 앞을 살피는데 저만치에 검문 바리케이트가 보이고 억센 빗속에서 두어 대의 차가 정차해 검문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규태가 천천히 속도를 낮추고 종원도 긴장의 표정을 지었다. 검문 중이던 경찰들이 차안의 사람들을 살피고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운전자의 신원을 조회하고 있었다. 규태의 승용차가 경찰들 앞에 다달았다. 우의를 걸친 경찰이 두 사람에게 경례를 해보이고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하고는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규태와 종원을 살피는데 종원이 경찰을 향해 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경찰은 차안을 살피더니 통과해도 좋다는 싸인을 보냈다. 규태가 다시 차를 출발시키고 승용차가 검문바리케이트를 벗어나가자 종원이 고개를 돌려 뒤 차창을 통해 검문 모습을 보며
"우릴 왜 그냥 통과시켜준 줄 알아? 내 미소 때문이라구. 내 미소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온 크락크게이블의 미소처럼 백만불짜리 미소라구. 알아?"
하고는 다시 크락크게이블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넉살을 떨었다. 그제야 규태도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일은 순조롭게 잘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종원은 뒷발을 차올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여전히 발주대 안으로 들어서기를 완강히 버티는 8번마를 바라보며 어금니를 꽉 깨문다. 발주요원들이 쩔쩔매며 8번마를 유도하다가 기수가 더 버티지 못하고 말에서 뛰어내려버리자 허겁지겁 8번마를 발주대 멀리로 유도해 간다. 관람대의 곳곳에서 다시 야유들이 터져 나오고 마침내 대형전광판에는 8번마 발주제외라는 자막이 떠오른다. 다시 관람대의 곳곳에서 야유와 원성들이 터져 나온다.  

한적한 부둣가 한곳으로 규태와 종원을 태운 승용차가 스르륵 밀려와서 속도를 죽이다가 억센 빗줄기 때문에 가뜩이나 희뿌연 빛마저 잃어버린 가로등 곁에 정지해서 라이트와 시동을 껐다. 차안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어둠 이곳저곳을 살피던 규태와 종원이 저만치에서 깜박이는 승요차 한 대를 발견하고는 둘이 시선으로 끄덕이고 비상등을 밝혀놓고 차에서 내렸다. 억센 빗줄기가 이내 두 사람을 적시기 시작했다. 둘은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승용차 쪽으로 다가갔다. 승용차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규태가 조심스레 차 뒷문을 열고 안을 살폈다. 뒷좌석 한곳에 가죽가방 하나가 놓여있었다. 규태가 조심스레 가방을 열었다. 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순간 규태의 눈빛이 번뜩였다. 다시 천천히 가방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주위를 살피던 종원도 뒤따라 차에 오르고 차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