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많은 사람들 중에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오늘의 마지막 행운을 갖게 될까?"
손영무가 여전히 관람대의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행운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여태까지 남아있겠어?"
하고 이혜진이 관람대를 올려다보던 시선을 돌리고는
"하긴 누군가는 맞겠지."
하며 퉁명스레 대꾸를 했다.
"모두 돈 잃은 사람들일까?"
손영무도 시선을 돌렸다.
"돈 딴 사람들이 아직도 남아 있겠어?"
하며 이혜진이 난간 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그렇겠지?"
손영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언젠가 나한테 그랬지? 행운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절대 찾아오지 않는다고. 그냥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을 때 제 스스로 찾아오는 게 행운이라고."
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기다리고 있어도 아니 찾아내려 기를 써도 못 찾아내는 행운이 언제 저절로 찾아오겠어?"
이혜진이 자조 섞인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삐죽이고는
"1400M지?"
하고 물었다. 손영무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맞출 자신 있어?"
이혜진이 흘낏 손영무를 보며 물었다.
"글쎄..."
손영무는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마지막 경주는 그냥 대끼리로 들어올 때가 많던데?"
이혜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 의외의 고배당이 많이 나오는 경주가 마지막 경주야."
1400M 경주는 베팅의 스릴과 관람의 묘미가 충만한 경주다. 선행형의 경주마와 선입형의 경주마와 추입형의 경주마들이 결승선지점에서 절묘하게 한데 어울려 가장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펼치는 경주여서 그만큼 저마다의 희비가 교차되는 경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지막 경주를 1400M경주로 편성한 것인지도 모른다.
"4번이 그렇다는 거야?"
"느낌이 좋아보여서..."
"배당은 그냥 그런데?"
이혜진이 배당판을 가리켰다.
"저 배당이면 좋은 배당이지. 적중이 될지 어쩔지는 모르지만."
"그럼 자신도 없이 샀단 말이야?"
"경마에 자신이 어디 있어? 그리고 어떻게 베팅하는 경주마다 다 맞춰?"
손영무가 발주대로 들어서는 경주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기했었잖아? 나 돈 따야 된다고? 경마로 잃은 돈 꼭 경마로 다시 찾아내야한다고?"
이혜진이 얼굴을 붉혔다. 손영무는 멋쩍은 표정으로 다시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발주대를 박차고 경주마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오늘의 마지막 행운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함성도 함께 터져 나왔다. 이혜진은 선행을 나서는 경주마들 중에서 4번을 찾았다. 그러나 선행그룹 속에서 4번마는 보이지 않았다. 이혜진의 얼굴표정이 굳어졌다.
"4번은 보이지도 않네?"
"4번마는 추입마야."
"앞으로 뛰쳐나온 말들이 저렇게 달아나는데 언제 따라잡아?"
"결승선에 가까워지면 다 만나게 되어있어."
손영무가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도 이혜진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제법 거리 차이를 보이며 선행마들을 앞세우고 뒤만 따르던 경주마들이 코너를 돌아 직선주로로 들어서자 어느새 선행마들과의 거리차이가 좁히기 시작했다. 관중들의 함성이 커지기 시작하고 이혜진도 흥분을 한 듯 제자리 뛰기를 했다.
"6번하고 8번이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그지?"
손영무도 주먹을 쥐었다.
"근데 4번 말은 왜 저래?"
이혜진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4번마는 좀처럼 질주의 탄력을 붙이지 못한 채 여전히 후미그룹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손영무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4번 안 들어오면 6번,8번이 들어와도 모두 꽝이잖아?"
이혜진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