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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 VS 꾼 - 제3화 "함정" (92) |
장지점장은
"선수가 어딨서? 카드 좋으면 위너지."
하며 정교수가 샤프질을 해서 테이블 한가운데로 밀어낸 카드로 손을 뻗어 커트대신 두 손가락으로 카드를 톡톡 두드려 댔다. 종원은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마동식은 그런 종원을 흘낏 보았다. 카드가 나뉘어지기 시작했다. 종원에게 제각기 다른 무늬와 제각기 동떨어진 다른 숫자의 카드들이 들어왔다. 종원은 낮은 숫자의 크로버카드 한 장을 내던지고 낮은 숫자의 하트카드 한 장을 오픈시켜 놓았다. 허사장이 보스가 되었다. 다시 순서대로 카드가 나뉘어졌다. 종원의 카드는 여전히 아무것도 바랄 게 없는 제각기 동떨어진 숫자와 무늬가 되어졌다. 종원은 레이스 콜만을 한 후 다음 카드를 받고는 이내 카드를 덮었다.
"왜? 벌써?"
장지점장이 종원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 해보이자
"내가 괜히 자리에 앉는 사람 석죽여서 그러나?"
하며 허사장이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종원은
"아니에요. 바라볼게 하나도 없네요."
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시 카드가 나뉘어지고 마동식의 카드에는 8원페어가 떨어졌고 정교수의 카드에는 6원페어가 떨어졌다. 허사장의 카드에는 다이아몬드무늬 세장이 나란히 놓였다. 장지점장의 카드도 종원의 카드와 별 차이가 없게 된 듯 장지점장은 쩝! 하며 입맛을 다시고는 카드를 엎었다. 마동식부터 레이스가 시작됐다.
그렇게 두세 시간의 게임이 진행이 되었는데 마동식은 여전히 카드운도 좋았고 레이스운영도 좋아서 종원이 자리에 앉은 후에도 많은 판에서 이겼고 그의 앞에는 더 많은 칩들이 쌓여 갔다. 잠시 동안의 휴식 시간이 되었을 무렵에는 종원의 칩들은 거의 바닥이 났다. 허사장이
"오늘은 완전히 마반장날이구만."
하고 비아냥투의 혼잣말을 내씹으며 다시 상투적인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지갑을 꺼내 백만 원 권 수표 다섯 장을 세더니 청년하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청년은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깍듯이 예를 갖춰 수표를 건네받고는 구석진 곳으로 가 금고를 열어 제각기 다른 색의 플라스틱 칩들을 꺼내 담은 나무상자를 들고 와 허사장에게 내밀었다.
"이거 체크해라!"
마반장이 거만스런 목소리로 돌아서려는 청년을 불러 세우더니 빨간색 칩 이십 개를 세어 청년에게 내밀어보였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해보이고는 마반장이 내민 빨간색 칩 이십 개를 들고 갔다. 빨간색 칩 이십개가 빠져나갔는데도 마동식의 앞에는 여전히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칩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마동식은 칩들을 만지작거리며 뿌듯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장지점장이 그런 마동식을 보며
"마반장 책 좀 보고 왔나보네?"
하자 마동식은
"책은 무슨 책? "
하며 더욱 거만을 떨었다. 정교수는 그런 두 사람은 아랑곳 않고 흘낏 종원을 보고는 천천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종원은 잠시 앉았다가 청년에게 다시 칩을 가져다 줄 것을 부탁하고는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정교수는 창가에 서 있다가 종원이 다가서자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오늘은 마반장 운을 꺾기가 쉽지 않네요."
했다. 종원이
"그런가보네요."
하자 정교수는 잠시 나직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오래 하실 겁니까?"
하고 물었다. 종원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정교수는 다시 어두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박형 들어오고 두세 시간 지났으니 이제 게임 끝낼까 하는데요...?"
했다. 종원은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면서도
"무슨 말이신지...?"
하고 특유의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교수는 이내
"박형이 하실래요? 아니면 내가 할까요?"
하고 종원을 보았다. 종원은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후
"내가 하죠."
했다. 정교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게임 끝나고 보죠."
하며 종원을 스쳐 다시 방안으로 되돌아갔다. 종원은 정교수가 섰던 자리로 다가가서 그가 바라보았던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시 카드가 돌고 여러 판이 지나갔다. 정교수가 카드를 섞는 순서가 되었다. 종원은 피로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턱을 괴고는 눈을 감았다. 정교수가 다 섞은 카드를 테이블 한가운데 놓았다. 장지점장은 습관대로 손을 뻗어 두 손가락을 카드 위에 올려놓고 톡톡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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