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태는 종원이 경마를 왜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만은 없잖아?"
했었다. 종원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그런 궁색한 대답이 어딨어? 그럼 경마를 하면 달리 살아갈 방법이라도 생겨난다는 거야?"
하자 규태는 이내
"떠날 수 있게 될지 알았지."
했었다. 종원이 잠시 눈을 껌벅이다가
"무슨 뜻이야?"
하고 다시 묻자 규태는 나직이 한숨 같은 긴 숨을 내쉬고는
"말했었잖아? 외국 나가고 싶다고?"
하며 쓴 표정을 지어보였었다.
"또 그 소리야?"
하고 종원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규태는 진지한 얼굴로
"하와이, 마우이, 오하우, 호주, 쿠알라, 싱가폴,마닐라... 이 나라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좋아."
했었다. 종원이
"가면 되잖아?"
하고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규태는
"돈이 있어야지?"
했었다. 종원이 다시
"까짓 거 돈이 얼마나 든다고 그래? 한번 맘먹고 가는 거지."
하자 규태는
"그래. 가야지. 그래. 갈 거야."
하고는 어금니를 꽉 깨물어보였다. 종원이 다시
"외국 나갈 돈 마련하려고 경마를 했었단 말이야? 그깟 외국여행에 돈이 얼마나 든다고?"
하자 규태는 뭔가 대답을 하려다가 이내 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입을 다물었었다. 종원은 혼잣말처럼
"지금까지 잃은 돈으로도 그깐데 몇 번이나 갔다 왔다 했겠다."
하고 중얼거렸었고 규태는 다시 쓴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여보였었다.
종원은 지금에 와서야, 규태가 그 무렵부터 이 나라를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규태가 그때 그런 심중을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었거나 조금이라도 내비치기만이라도 했었다면 훗날의 운반사고도 막을 수 있었을 테고 지금처럼 자신이 곤경에 처하지도 않게 되었을 테고 규태도 죽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때? 잘 될 것 같아?"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운전만을 하던 규태가 다시 종원을 흘낏 보며 다시 물었었다.
"아직 잘 모르겠어."
종원은 진심으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었다. 규태는 그런 종원을 힐끗 보며
"넌 금방 감 잡을 거야. 넌 남들보다 뛰어난 승부감각을 갖고 있잖아? 난 널 믿어."
하고 기대감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였었다. 종원은 잠시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듯하더니
"복승식이라는 게 평균배당이 40배쯤 되데?"
했었다. 규태가 건성으로
"그쯤 될 걸?"
하자 종원은 다시
"최저배당으로 들어오는 경주라는 것도 고작해야 하루 두세 경주도 안 되는 것 같고..."
했었다. 규태가
"왜 대끼리경주만 하게?"
하자 종원은
"대끼리라는 게 최저배당을 말하는 거지?"
하고 물었었다. 규태가
"경마장사람들이 제일 낮은 배당으로 들어오는 경주를 대끼리라고 하데?"
하고는
"왜 대끼리경주만 하게?"
하고 다시 물었었다. 종원은 
"말했잖아? 난 확신이 가는 경주에만 베팅을 할 거라고?"
했었다. 규태가 다시
"그러니까 대끼리에만 때릴 것 아냐?"
하자 종원은
"매경주마다 최저배당이 있기 마련인데 어느 경주가 최저배당으로 들어올 건지 어떻게 알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