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은 다시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들인 후
"경마라는 게임이라는 게 적중에 실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베팅한 돈을 모아서 극소수의 적중 한 사람들에게 베팅한 만큼 돌려주는 거 아냐? 그러니 적중시키는 사람보다 적중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배당이라는 것도 그런 전제 속에서 생겨나는 거고?"
하며 규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규태도 잠시 그런 종원을 빤히 바라보며 두 눈을 껌뻑여 보이더니
"난 너처럼 복잡하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하며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보였다. 종원은 그런 규태를 보고는 쯧! 하고 혀를 차보이며
"그러니 돈을 잃었지?"
했었다.
"글쎄 그러니까 네가 좀 되찾아 주란 말야."
"내가 어떻게 되찾아 줘?"
"그렇게 경마에 대해 단박에 깨우쳤으니 경마를 이길 수 있을 거 아냐?"
"내가 경마의 원리가 그렇다고 했지. 언제 경마에 대해 잘 안다고 했어?"
"경마의 원리도 알아냈으니 해답도 찾아낼 수 있을 거 아냐?"
"그런 억지가 어딨어? 생각해봐. 경마예상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경마에 대해 얼마나 많은 연구들을 하고 있어? 경주마들에 대한 혈통에 대해 해박한 지식도 갖고 있고 출주예정마들의 조교 상태도 관찰하고 경주편성에 따른 다양한 분석도 하고 매경주마다의 경주전개에 대해 추리를 하고 경주결과에 대해 예상하는 노력들을 해왔겠어? 그런데 그런 경마예상전문가들 중에서 하루경주중 절반... 아니 세게임 중에 한게임 꼴로라도 적중해 내는 예상가가 얼마나 있어? 단언컨대 단 한사람도 없을 거야. 아마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벌써 대재벌이 되었을 테고 만약 그 사람의 예상을 따라 베팅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경마장의 배당율도 그 영향만큼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경마예상지든 경마예상전문가든 어느 누구도 경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지. 경마예상전문가들 조차도 추정과 기대에 의한 예상을 할 수밖에 없는 게 경마야. 결국 경마는 지금처럼 그리고 또 앞으로도 불확실한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는 게임일 수밖에 없어. 그래서 나하고는 안 맞는다는 거야."
했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두 눈만 껌뻑이고 있는 규태를 보고 단호하게
"난 막연한 기대만을 가지고는 승부 안 해."
한 후 특유의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난 형이 그동안 잃었다는 돈만 찾아내면 다시는 경마 같은 건 안 할 거야.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했었다. 그제야 규태는 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과장스레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넌 할 수 있어."
하더니
"네 말처럼 경마가 불확실한 것에 대한 무모한 게임이든 뭐든 나하고는 상관없으니까 그저 내가 잃은 돈만 되찾아줘. 네 말대로 나도 경마 다시는 안할 거야. 경마의 경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정말..."
하더니
"재미삼아 시간 땜으로 어울려 고스톱치고 노는 것조차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놀음 잡기 같은 것에는 여태 눈길한번 주지도 않고 살아왔던 놈이 어쩌다가 경마 같은 걸 알게 되가지고..."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 얼굴에는 진심으로 후회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깃들어 있었다. 종원은 
"하루라도 빨리 형이 경마에 잃었다는 돈을 찾아내주고 싶어. 그러자면 확신이 가는 경주에만 베팅을 할 거야. 그게 내 베팅기준이야."
하며 피워 물었던 담배를 비벼 끄고 밀쳐놓았던 예상지를 다시 펼치고 싸인펜을 손에 쥐었었다. 규태는 그런 종원을 그저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규태는 종원이
"확신이 가는 경주에만 베팅을 할 거야. 그게 내 베팅기준이야."
했었을 때
"그럼 대끼리만 하려고?"
하고 물으려다 말았다. 종원은 다시 밤을 새워가며 예상지 세권을 붙들고 씨름을 하듯 하다가 새벽이 다되어서야 잠시 눈을 붙이는가 싶더니 이내 자는 둥 마는 둥 한 눈빛으로 깨어났었다. 둘은 전날처럼 사우나에서 다시 잠시의 휴식을 취한 후 곧장 경마장으로 향했었다. 차안에서
"어때? 잘될 것 같아?"
하고 규태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종원의 눈치를 살피자 종원은 대답대신 규태를 흘낏 보고는
"안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솔직히 말해줘. 경마 왜 시작했어?"
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