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선수가 왜 경마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
규태가 종원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묻자 종원은 손에 들었던 예상지와 싸인펜들을 내려놓고 한쪽으로 밀쳐내더니 한곳에 내던져두었던 담배 갑을 집어 들고 한가치를 꺼내 피워 물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게임들 중에 경마가 가장 승산이 희박한 게임 같아."
규태는 팔베개를 한 채 벽에 기대었던 몸을 바로 했다. 경마를,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 중에서 가장 승산이 희박한 게임이라고 말한 종원이 또다시 무슨 말을 할까하고 기대하기라도 하듯 두 눈을 껌뻑인 채 종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었다. 종원은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고는
"어떤 게임이든 나름대로의 게임규칙이 있고 방법이 있어. 그런데 경마의 게임규칙과 방법은 게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유리한 것보다 불리한 조건들이 더 많으니 절대로 이길 수가 없어."
했었다. 규태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다시 두 눈을 껌뻑여보이자 종원은 다시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이고는
"카드게임의 경우... 카드게임은 내 판단과 내 결단으로 하는 게임이야. 다시 말해서 처음 손에 쥔 카드를 가지고 자신 스스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그림이나 숫자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게임진행 중에도 언제든지 카드를 꺾을 수도 있고... 어떤 땐 상황에 따라서 의지력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고 또 어떤 땐 정말 단 한 장밖에 남아있지 않은 카드를 인내심을 가지고기다릴 수도 있고... 어쨌든 게임을 운영하는 자체가 내 스스로라는 얘기지. 그러나 경마는 내 판단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여지는 게임에 불확실한 결과를 바라고 베팅을 해야 하는 게임이야."
하더니 단호한 어조로
"승부를 벌이는 게임을 하고 싶다면 경마는 절대로 해서는 안 돼."
했었다. 그리고 다시
"경마는 모든 게 불확실한 것으로부터 출발을 해. 먼저 경주마들의 경주능력에 대한 신뢰에 대해서 불확실한 것을 시작으로, 설령 막연하게나마 경주마들의 경주능력에 대해 그 능력을 인정하고 기대를 건다고 하더라도, 기대하는 경주마가 경주당일 기대만큼 최고의 능력을 펼쳐 뛰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또 최선의 질주를 해낼 만큼의 조건과 상태까지 좋은 건지조차도 불확실하고, 또 경주마가 그런 준비가 되어있고 조건과 상태 또한 최상이라 할지라도, 조교사나 기수들이 경주마의 경주능력과 조건과 상태에 걸 맞는 최선을 다한 기승술을 펼쳐보일지도 불확실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데 어떻게 베팅을 하고 게임을 즐길 수가 있겠어. 안 그래?"
했었다. 역시 타고난 승부사답다고, 어느 누가 처음 접해보는 경마라는 게임에 대해 이토록 빠르게 이해하고 분석해 낼 수 있겠는가하고, 규태는 종원에 대해 그렇게 감탄을 하고 종원이 하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면서도 내심으론 경마를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반발심으로
"네 말이 틀린 건 하나도 없지만 경마가 그렇게 불확실한 것으로부터 출발을 하고 베팅을 하거나 게임을 즐기기에 좋지 않은 게임이라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경마를 하고 있겠어?"
했었다. 종원은 마치 그렇게 물을지 알았다는 듯이 아니 그렇게 물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다시 길게 담배연기를 빨아 내뱉고는
"모두가 경마를 보고 즐기는 게임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베팅을 해서 돈을 따내는 승부를 하는 게임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을 갖지 않고 막연한 기대심리로만 게임에 빠져들기 때문이지."
했었다. 규태가 그렇게 말한 종원의 말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껌뻑여 보이자 종원은 다시
"그저 보고 즐기기 위한 경마라면 모르겠지만 경마를 베팅을 해서 돈을 따내는 승부게임으로 여기고 승부해서 이기려 한다면, 경마라는 게임의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연구와 분석과 경주전개의 과정과 결과추리에 의한 가상베팅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자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 그러나 과연 누가 얼마나 끈기를 가지고 자신의 연구와 분석과 경주전개의 과정과 결과추리에 따른 가상베팅만으로 실제 경주결과와의 오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하겠어?"
했었다. 규태는
"너 경마를 너답지 않게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거 아냐?"
하고 다시 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혼잣말처럼
"경마에 무슨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고 말끝을 흐리자 종원은 그런 규태를 노려보듯 바라보며
"형이 그랬지? 경마가 과학이라고? 그럼 답이 있어야지?"
하고는
"형 말대로 경마에 답이 없다면 경마는 절대 과학 아니야. 알어?"
하더니
"결국 경마라는 게임은, 게임하는 사람들의 연구나 분석이나 경주전개의 과정과 결과추리와는 다른 경주결과가 나와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거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