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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삼지 국장 본인은 결코 태양과 같은 남성이 아니었다. 체질적으로도 태양인이나 태음인은 아니고 소양인에 가까운 소음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빈약한 몸매지만 상대적으로 하체가 약간 발달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곳도 좀 실한 편이 아닌가 자부하고 있었다. 물론 배삼지 국장의 아내는 남편의 어디에 뭐가 달려있는지 최근엔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 게 있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키 185에 몸무게 70킬로그램이 나가는 갸름한 얼굴의 20대 총각 탤런트에 완전히 빠져 드라마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빈약한 몸매에 볼록한 배를 내밀고 오줌 냄새를 풍기며 거실과 화장실을 오가는 한 인간에 대해서는 혐오를 넘어 무감각해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장의 아내는 밖에만 나가면 단단히 국장 사모님 행세를 하였다. 아들의 중학교 학부모 모임에서도, 집 앞 실내골프장에서도, 문화센터 수필반에서도 국장의 부인은 국장 사모님으로서의 처신에 각별히 신경을 썼고 우아한 미소와 품위 있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그런 사모님께서 하루의 마무리로 소파에 길게 누워 수목 드라마를 감상하고 있을 이 시간에 배삼지가 집에 들어간다는 건 대단히 불충한 행위였다. 배삼지 국장은 동네 어귀까지 와서는 빨간 불빛이 은은히 번져나오는, ‘지성인의 쉼터’라는 아담한 카페로 들어가셨다.
‘지성인의 쉼터’는 지성인을 안락사 시킬 정도의, 몸매가 터질 것 같은 여인이 테이블에 앉아 하품을 하며 파리를 잡고 있었다. 여인은 중년 사내가 단독으로 들어오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 동네에서 바가지 씌우기로 유명한 집 중에 일 번이 이곳이었다. 이곳은 소수 정예의 매상 특화를 실천하고 있는 곳으로 음란하기로도 둘째는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여인은 배삼지 국장의 빈약한 몸매와 양복 상의의 안주머니 부분과 시계나 구두 같은 것을 재빨리 살펴본 다음 이리 와서 엉덩이를 내려놓으라고 말하였다. 국장은 뭔가 위압적인 것을 느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정육점 불빛이 떨어지는 어스무레한 테이블에 앉았다. 이 여인은 마돈걸도 아내도 아닌 이른바 제3의 여인이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