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신사(37) - 남자는 어떻게 여자를 존중하는가

↑	우영창(소설가, 시인)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이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 마돈걸은 소파도 아니고 바로 침대 위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시트로 가슴의 반을 가리고 유세련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유세련의 벗은 몸을 보고 있는 건데 일거에 훑기도 하고 어떤 부분엔 시선을 좀 더 오래 두기도 했다. 마치 그것이 어떠한 각도로 어떠한 위용을 갖추고 구체적으론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사실 마돈걸 같은 모던 걸은 인간의 몸에 대해서 편견도 신비감도 갖고 있지 않지만 인간의 몸이 연출하는 다양한 변주를 적극적으로 감상할 줄 알고 있었다. 해서 남자의 그것이, 서 있을 경우, 앉아 있을 경우, 누워 있을 경우, 마지막으로 올라 탈 경우 어떻게 다른 차이를 보이고 그 역할 또한 어떻게 다른가 살펴보는 게 무익하지만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벌거벗고 그것을 똑바로 세워서 오는 경우, 그것은 공격 대상을 향해 전진 배치되어 있는 심볼이라 하겠다. 그것의 공격 대상은, 그것을 충분히 보면서 그 힘찬 발기에서 자신에 대한 존중심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어떤 머저리 같은 인간이 그걸 죽여서 다가오는 걸 본 적 있는데 어떻게든 몸을 비벼서 그걸 세워보려는 것 같았다. 불쌍하기도 애처롭기도 했지만 경멸감을 감출 순 없었다. 또 어떤 인간은 분명 그게 서 있었는데 거울 앞에서 머리를 좀 매만지더니 죽은 채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또 어떤 인간은 그걸 끄덕거리면서 무슨 인사라도 하듯 다가왔다. 원칙은 이 유세련처럼 일관된 강직성으로 다가와서 존중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 정도 예의는 갖춰야 여자도 살포시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인데 마음의 문이 열리면 또 알아서 열리는 게 있는 것이다.
  반대로 남자가 침대에 누워서 여자를 기다릴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남자는 그것을 세워서 다가오는 여자에게 존중감을 표시해야 하는데, 시트로 가려서 융기가 일어나게 하는 게 예의도 있고 은근히 도발적이라 하겠다. 시트도 안 덮고 그걸 세운 채로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건 약간 쌍스럽기도 하고 여자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남자의 그러한 태도는 여자의 육체에 대한 신비감이 결여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니까. 물론 일부 노련한 여성분들에게는 그러한 태도가 꼭 실례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 신비감보다는 노골적이고 음흉한 자태를 훨씬 마음에 들어 하는 분도 계신다. 어떤 병신 같은, 벽을 향해 누워 있는 놈도 있는데 금방 잠이라도 잘 것 같은 이런 자는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관계로 발길질을 당해도 싸다 하겠다. 오래된 부부나 연인들 중엔 가끔 이런 남자가 있다. 이런 남자를 흔들어 깨우고 뺨을 때리고 거길 움켜쥐어 뭔가 성사해보려는 여성분들이 요즘 늘어나고 있다 한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