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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가장한 희생양의 육체로 유세련의 제 1차 공격을 기다리고 있는, 성스러운 트윈 제단의 체크 무늬 시트 아래의 마돈걸! 그녀는 마치 희생양을 거두어가는 정복자의 힘과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려는 듯 숨죽이고 누워 있었다. 희생양의 등과 허리를 따라 내려가던 유세련의 왼 손이 엉덩이에서 한참을 머물며 떨어질 줄 몰랐다. 가공할 메두사 문신을 하고 있는 그녀의 엉덩이는 가열되고 있는 전기기구처럼 뜨거움 속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손은 무엇을 느끼는가? 유세련의 손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짓들을 생각해보자. 숟가락 쥐고, 엄마 손 잡고, 책가방 들고, 누구나 다 하는 그런 것 말고. 머리 무스 바르고, 극장표 사고, 담배 끼고, 성인 잡지 펼쳐놓은 채 그걸 움켜쥐고, 그런 것도 말고. 돌아가는 음악 속에 땀이 밴 아줌마의 손을 잡고, 컴퓨터 마우스를 잡은 채 덜덜덜 집게손가락을 떨어가며, 술잔을 들었다 놨다, 밤늦게 택시 택시 하며 손을 치켜드는 것도 다 빼고, 말하자면 총검술 훈련이라든가, 무거운 짐을 든다든가, 서류를 놓고 생산 원가와 수익성을 따져본다든가, 진실된 편지를 쓴다든가, 고향 부모님에게 보내드릴 건강식품을 포장한다든가, 피자를 배달한다든가, 아픈 사람 이마를 짚어본다든가, 뭐 그런 비슷한 것들을 얼마나 해보았는가 말이다. 유세련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손은 오로지 여자의 엉덩이에 닿아 있는 것이 합당하며 아울러 이 시간에 잠 못 드는 많은 여자들의 엉덩이가 그저 놀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왼쪽 엉덩이에서 오른쪽 엉덩이로 그리고 넓적다리로 내려가는 유세련의 다정한 손길은 강약, 약강의 리듬을 타고 있었다. 이 리듬은 여성의 몸 깊은 저 곳의 관능에 절묘하게 화답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마돈걸의 가벼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것은 준비되어 있었다기보다 저절로 어쩔 수 없이 새어나온 한 줄기 고귀한 소리였다. 한숨과 같은, 속삭임과 같은, 누굴 부르는 것 같기도 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이 한 줄기 소리에 의해 유세련은 감격과 함께 더없는 경배의 숭고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 걸 느꼈다. 세상의 그 많고 많은 신음 비슷한 것 들 속에서 깊은 산 속의 샘물처럼 솟구쳐 나온 이 진정한 신음, 유세련은 그것을 들은 것이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