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릉리
윤 한 로
콩나물 공장 자리엔
시누대 잎사귀만 우거지고
한 집 건너 빈 집
또 한 집 건너 빈 집
그나마 있는 집도
하나 아니면 둘뿐
다리 휘거나
허리 구부러져
하나같이 낯 누런 이들
그러나 아직
돌막 찾아서
쾡, 대문 괼 힘 남았네
오래 살 일만 남았네
얼마 전 대처 젊은 여자 하나 빈 집에 들더니
자기 친구 데려와 요양보호하네
오줌 똥 다 받아내며
시작 메모
들어보라. 낯 누런 저분들 하는 말마다, 하는 일마다 시적이다. 진국이다. 오히려 머릿속에 시나 소설 따위 넣고 다니지 않아 그렇다. 낯 누런 이들, 깨끗하다. 싱싱하다. 어찌 보면 자식 새끼들보다 훨씬 젊다. 대근한 들일 끝내고 아픈 다리 주무르며 돌아오는 저녁 무렵은, 이 세상에서 저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머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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