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석
                윤 한 로



이 모습도 아니고
저 모습도 아니고
어떤 모습도 아닌
선반 위에 무두룩,
시커먼 돌덩어리라오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애오라지
돌일 뿐인 돌이라오
이따금 파리나 한 마리 날고
무두룩,
팔뚝 반만 한



시작 메모
머리 깎으러 부부이발관에 들른다. 이름만 부부이발관이지 요즘은 워낙 손님이 없어 사장님께서 아예 이발과 면도까지 도맡으신다. 아무튼 그곳에는 난로와 양은 들통과 널어놓은 수건 따위가 있고, 거울 앞 선반에 돌 한 개가 놓여 있다. 큰 무 만한 검은 돌인데, 자대 받침엔, <성구미 바닷가 1987년 여름>이라고 새겼다. 왠지 울림이 있다. 삼십년 전 옛날, 사장님 한창 젊을 때구나. 모처럼 이발관 하루 접고 바닷가에 놀러 간 날 만났단다. 무두룩한 모양새에 그만 반해 품고 왔다는데, 그 심성이 여즉이란다. 연탄난로 위 들통 물은 끓고, 그 시커먼 돌덩어리 이발하는 내내 뜯어봐도 그윽하다. 나도 이제 돌을 이해할 나이가 됐나보다.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