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윤 한 로


뒷통수께에선 대이구,
임도길 뻐꾸기란 놈 울고
속적삼 비린내 풀풀 난다
거두면 한 소쿠리쯤
몇 발짝 안 가 또 한 소쿠리쯤
종처럼 많이 피고
별처럼 많이도 떨어졌네
종 같아선지, 별똥 같아선지
사람들도, 짐승들도 죄 밟지 않고 갔네
무슨 나무더라, 무슨 나무더라
내 알았었는데
그걸 뭘 찍냐고 해도
쭈구리고 앉아 찍는단다
그래! 농사도 못 짓고 일도 못하고
동네 빌빌거리느니 미동산이나 와얐다
지겨운 시 빨리 끊고 싶다



시작 메모
미동산 수목원은 차로 사십 분이면 가는데, 그곳 임도길은 보기 드물게 맑고 호젓하다. 한 바퀴 도는 데 두 시간쯤 걸리는 곳으로, 안양이나 서울에 올라가 한번씩 후달리고(?) 올 때마다 다니러 간다. 오르내리는 데 힘든 곳이 없어 약골들 바람쐬기 딱이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 겨울은 가을, 겨울대로 좋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좋다. 그게 사람들한테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다. 도는 동안 끽, 서너 사람 만나면 끝이다. 목탄차 타고 다니던, 어렸을 적 조동 산판 고개길과 비슷해 그리움까지 덧씌운다. 우리 칠십, 팔십 넘도록 오자고 약속한다. 책은 못 읽어도 이틀에 한 번씩 산엔 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점점 사람도 끊고, 시도 끊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