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
           윤 한 로



지렁이도 잡아먹고
개구리도 먹고
떫은 고욤도 쪼아 먹고
왼갖 좋은 거란 좋은 거
혼자 다 먹누나
된장에다 고추장까지 먹으니
동네방네 울기도 제일 잘 해
살구나무 마당 구석지
싸움도 제일 잘 해
잠지 눈알 부라리며, 꺼꺽푸드데기
구장님네 누렁 가이도 쪼으며
장허타,
맨드라미 붉은 볏 달구 장닭
하지만 쭈그렁 아버지
기어코 장에 내다 파시니
제발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팔지는 말아 주세요
우리 반달이



시작 메모
‘수탉’을 쓸 때 - 달이니 풀이니 벽이니 까마귀니 자판기니 봉고차니 마트니 카트니 언어니 문장이니 속도니 가변차로니 로그아웃이니 콩이니 메주니, 이런 다른 걸 쓸 때도 마찬가지지만 - 내면을 쓰지 않을 거고 본질을 쓰지 않을 거고 영혼을 쓰지 않을 거고 상징을 쓰지 않을 거고 정수를 쓰지 않을 거고 핵심을 쓰지 않을 거이고 함축을 쓰지 않을 거이다. 왜냐? 난 그저 내가 아는 수탉만, 달구 장닭만 쓰면 되니까. 가늘고 길게 갈 거니까. 그런데 가만 보면 나 또한 잘난 체, 자꾸 기술을 건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