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있은 국산마 경매를 둘러싸고 경마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경매는 기본적으로 경주마 공급을 위해 시행되는 제도며, 당연히 마주 자격이 있어야만 경마장에 경주마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매에서는 본 마주보다 일반인이 오히려 더 많은 경주마를 사들였고, 더욱이 이들 가운데는 마주 대리인이나 브로커, 심지어 경마전문지 발행인 및 현직 경마예상가 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본지가 지난주 보도한 바와 같이 이번 경매는 마주협회의 소극적 입장 속에 마주회원들의 참여가 불투명해 생산자협회로서는 파행적인 경매 시행이 불가피했다.
1백두 가까운 2세마를 경매로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마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생산자협회가 경매 당일까지 구매신청을 연기했지만, 희망 마주수는 고작 21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생산자협회는 경매 참여 자격을 일반인으로 확대해 마사회와 마주회원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공지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말을 소유해도 경주에 내보낼 수 없는 일반인들이 왜 경매를 통해 수천만원에 이르는 경주마를 구입했는지 그 의도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경마계 일각에서는 마주 자격도 없는 일반인이 경주마를 구입한 후 오히려 마주로부터 명의만 빌려 직접 관리하는 형태의 대리마주·차명마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마관련종사자가 경매에 참여했다는 점이 이같은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소다.
사실 대리마주 및 차명마주는 알게모르게 횡행하고 있으며 이제는 심각한 지경에까지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리·차명마주는 그 형태가 다양하다. 더 많은 경주마를 소유하거나 종합소득세를 낮추기 위해 분산 소유하는 경우도 있고, 마주자격을 갖지 못하는 일반인이 경주마를 소유함으로써 조교사나 기수에게 실력 행사를 한다거나 부당한 방식으로 경마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전자도 문제지만 후자일 경우에는 공정경마시행을 위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폐해가 우려된다.
이같은 폐단을 막고 공정경마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경매 참여자격을 제한하거나 구매 두수를 지정하는 등의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현행 제도도 재검토해야겠지만 지금은 시행체의 철저한 감시와 감독이 더욱 절실한 때다.
이번 경매를 앞두고 1백두에 이르는 육성마를 연내까지 해결해야 하는 마사회의 입장도 다급했겠지만 그렇더라도 많은 폐해가 우려되는 일반인의 경매참여를 마사회가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는 점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경마시행체는 공정경마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감독해야 하는 역할이다. 기수나 조교사 등 경마종사자가 최선의 승부를 하고 질좋은 경주를 팬들에게 선사하도록 감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주 신분을 이용해 경마부정을 저지르는 일까지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눈 앞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그때그때 미봉책으로 일관하다가는 시행체로서의 권위를 잃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자칫 경마산업의 위기도 초래할 수 있음을 마사회와 모든 경마관계자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