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매년 마사회의 국정감사 날만 돌아오면 몸이 아프다. 취재도 가기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달갑지 않아 생긴 ‘꾀병’이다. 내게 한 것이 아닐진데 ‘의원님’의 꾸중이 자꾸 박히는 것은 ‘우리 영역’에 대한 그들의 돌팔매가 ‘이유없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올 국감의 화제는 낙하산 인사와 부산경마장 개장 여부, 매점 운영, 기부금 집행, 도박중독자 치료 개선 등이었다.
8명의 임원진 중 3명이 ‘盧캠프’출신이고 2명은 농림부 관계자니 사실 ‘낙하산’식 외부인사가 좀 많긴 많다. 많은들 어쩌랴. 인사권을 쥐고 있는 건 마사회가 아닌 정부인 것을.

“환급률이 왜이리 낮냐”고 어느 ‘의원님’이 지적해주셨다. 감사한 말씀이다. “정부에서 세금을 너무 많이 떼어 가니 팬들 손해가 많겠구려”했다면 좋았을 것을, “마사회가 구조조정해서 환급률 올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호통 치신다.
허거걱...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개인마주제를 없애고 일본처럼 조합마주제를 시급히 도입하라”는 특명도 떨어졌다. ‘이 분’ 말씀대로라면 한 사람이 말을 사면 특혜고 두 명이 같이 사면 특혜가 아닌 거다. 또 개인마주의 반대 개념이 바로 조합마주라는 말씀이기도 한 거다.

20일 남짓한 기간 동안 국정 전반을 돌아보고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국정감사는 해당 분야에 대한 의원들의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필요로 한다. 때론 당리당략도 개입되겠지만 큰 둘레는 피감 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 잡으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게끔 쳐져야 한다.
낙하산 인사... 물론 옳지 않다. 마사회 말단 직원에서 시작해 평생 종사했는데 고작 부장 승진 정도에서 그치는 현실 속에서 어디선가 “뚝” 떨어진 고위 간부는 그리 달갑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정부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경마 현실 상 ‘입김’ 강한 인사가 내려와 적어도 불이익은 받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게 또 마사회 직원들의, 경마관계자들의 속내이기도 하다.
환급률 인상... 마사회 수득금을 줄여 환급률을 높이는 것과 올바른 조세틀을 마련해 근본적으로 수익구조를 짜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 고액 배당 발생 시 왜 환급률이 50% 밖에 되지 않느냐고 따지며 대책을 강구하라는 의원의 모습은 한심했다. 18%의 레저세, 교육세, 농특세를 떼고도 고액배당이라며 기타소득세와 주민세 22%를 추가로 떼는 세법 때문인 것을 모르고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갔을 것을.

이번 국감을 앞두고 경마팬 중 일부는 국회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마사회가 잘못을 시정할 수 있게끔 적극 활동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바람과 관심사는 아마도 경마부정근절, 환급률 인상, 경주질 향상 등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매년 국감장에서 나오는 내용은 어떤가. 환급률 인상이나 부정근절, 경주질 향상은 의원들의 관심 밖이다. “올해는 세법 개정해 환급률을 높여 주겠다”는 약속은 죽어도 나오지 않는다. “경마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적립금에 비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기부금의 비율이 너무 크니 시정하라”는 말을 기대하느니 “우리 지역에도 기부금 좀 나눠 주라”는 식의 얄팍한 발언을 찾는 게 현실적이다.
올 국감에서 가장 큰 충격은 뭐니뭐니해도 “매출 타령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경마 매출이 늘수록 국민이 망가지는 것이라는 한 의원의 발언은 ‘배신’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경마를 시행하는 건가. 경마·카지노·복권, 다 법으로 금지시키고, 술·담배도 판매금지하고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성매매나 룸살롱 운영도 차단해버리면 될 것을.
국감은 코끼리 발등만 보고 전부인 줄 아는 의원들의 잘난 척 무대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