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예찬(想像禮讚),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TV 광고의 메인 카피다.

계란 노른자가 난데없이 파란색이어서 화들짝 놀라게 하는가 하면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이 모델로 등장해 상상예찬을 속삭인다.

담배인삼공사라는 보수적 이름을 벗어 던진 KT&G의 TV 방송용 광고다. 젊은 층에선 왜 담배회사 광고에 이은결이 출연했나 불만도 있었지만 반대로 광고주 입장에선 효과가 그만큼 컸다는 소리도 된다.

지난 2002년 민영화한 KT&G의 이미지 변신이 갈수록 놀랍고 새롭다. ‘Korean Tomorrow & Global’, 다소 억지스럽지만 그래도 효과는 대단하다. 반응도 폭발적이다. ‘이번엔 또 뭘까?’하는 호기심이 동할 정도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한·러 수교 120주년을 기념한 서태지 콘서트에 공식 후원사로 나서 대대적인 광고를 때리고 있다. 공격적인 문화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KT&G는 민영화 전엔 여러모로 한국마사회의 비교대상이 됐다.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독점 운영사로서 정부의 규제위주 정책에 묶여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폭넓은 저변인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지탄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민영화한 지 2년 만에 KT&G는 달라졌다. 고루하고 보수적이던 이미지에서 탈피했고 올 1/4분기 매출 실적도 목표 이상이라고 한다.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 칠 때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저력을 보였다.

KT&G가 담배인삼공사라고 하면 많은 젊은이들이 놀란다. 뭔지는 몰랐지만 그 이름만은 알고 있었다는 소리다. 브랜드 효과고 광고 효과다.

매출액과 입장인원이 눈에 띄게 줄고 있고 마사회 직원의 부정경마 연루로 입지가 더 좁아진 경마와 비교할 때 부럽기만 한 일이다.

한국마사회도 올 초에 이미지업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발표했었다. 경마와 마사회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한국마사회, KRA라는 명칭도 바꿀 용의가 있다고 말했었다. 에인절스 봉사단을 발족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에 전념하는 한편 매주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경마팬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KRA라는 이름은 많은 국민들에게 낯설고 어렵다. 매출 하락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으며 경마산업도 전체적으로 약세다.

악재도 물론 많았다. 경기악화로 시중에 현금이 유통되지 않으면서 경마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 자금이 한계에 봉착했고 사설경마가 기승을 부리면서는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잠식하기도 했으며 로또복권과 카지노, 경정 등 경쟁산업도 부쩍 늘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는 것,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폐암으로 사망한 이주일씨의 금연홍보나 웰빙 열풍에 휩싸인 사회 분위기가 KT&G에 끼친 악영향만 했겠는가. 그런데 KT&G는 브랜드 효과, 기업 이미지 개선, 그리고 해외 수출 활로 모색 등을 통해 꾸준히 시장 개척을 해나가고 있지 않은가.

처한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면 유리해지도록 만드는 것도 지혜고 능력이다.

한국마사회는 어떤 비전을 세우고 있는가. 마사회장이 바뀔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정경마시행. 십 수년 째 공정경마시행이 화두가 되고 있음에도 제대로 시정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진보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와 정책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1인당 구매한도를 10만 원으로 묶어놓고, 경마장이 아니면 어느 곳에서도 실시간 경주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고, 정작 마권 구매와 같이 중요한 부분에선 인터넷이 무용지물이고, 뭐 하나 바꾸려면 검토하고 고민하는 데만 시간을 보내고… 경마산업의 전체적인 시스템이 유기적고 효과적이지 못하다.

우리는 너무 안전모드에만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지나치게 보수적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볼 필요가 있다.

가끔은 정말 ‘깨는’ 정책도 필요하고 돌출 행동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감각, 그리고 보수에 대한 도전, 한국마사회와 경마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고와 반전(反轉)이 아닐까.

무엇이 진짜 ‘깨는’ 것인지는 이제부터 마사회와 경마관계자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