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칼럼-각 경마단체 협회 사무국 존재 가치 있나

템피스트웨스트의 마주협회장배 출전취소를 계기로 협회 사무국 운영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출전취소야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건은 좀 다르다. 출전취소 사유가 마주 사망인데 소유주인 안재준 마주가 사망한 것은 지난 4월 8일이 아니었던가. 도대체 십 수일이 지난 지금, 멀쩡히 1·2차 등록까지 마친 말이 왜 갑자기 출전취소돼야 하는지 어이가 없다.

사정을 알아보니 서울마주협회가 파업 중이라 마주자격 승계에 관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마주협회가 할 일이란 사망한 마주의 직계 가족에게 승계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마사회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하는 일 따위를 말한다.

마주협회 사무국이 이렇게 손놓고 있는 사이 각 경마단체를 조율하고 체크하는 마사회 경마협력팀과 출마등록을 담당하는 경마팀은 일부 직원들이 조문까지 다녀와 놓고도 마주 사망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이렇게 됐다고 변명하고 있다.

상황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간 것은 1차적으로 권리를 승계해야 하는 마주 직계 가족이 절차를 제대로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마사회 담당 부서의 안이한 일 처리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 가장 큰 책임은 서울마주협회 사무국에 있음을 부인하진 못할 것이다.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협회 사무국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었길래 회원이 사망해 그 권리가 박탈된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건지…

사실 서울마주협회 사무국은 집행부와 직원 간 갈등으로 팀장급 간부를 비롯한 일부 직원들이 강제 해고 조치돼 현재 법정 분쟁 중에 있다. 그러는 사이 상금계산이나 지급 등 회원들을 위한 업무처리가 늦어지고 각종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불만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무국 업무 마비를 초래한 일부 집행부들의 강경한 태도가 결국 회원들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한 셈이다. 개인마주제 전환과 서울마주협회 창립을 기념해 만든 서울마주협회장배, 자신들의 잔치를 제 손
으로 망친 꼴이어서 더 아이러니하다.

서울마주협회 사정만 이런 게 아니다.

최근에는 기수협회 사무국 책임자급 팀장이 공금을 횡령해 재택근무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수년에 걸쳐 80여 기수 회원들에게 집행됐어야 할 장구비 등을 중간에서 가로채 수천만 원의 피해를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경마문화신문과 기수협회 사이에 발생했던 분쟁도 사무국과 일부 집행부의 인식 부족, 상식 부족에서 기인한 바가 컸다. 일간 신문에 다 보도된 내용에 대해 경마문화신문이 김명근 전 기수의 억울한 심정을 기사화했는데 인터뷰한 기자와 기사작성한 기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수회원들의 권익을 침해했다며 출입금지 지침을 내리지 않았나. 그래놓고 소송까지 제기했다가 결국 패소함으로써 협회원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운영비를 소송비용으로 낭비하기까지 했었다.

또 얼마전에는 기수협회가 집행부들에게 금배지를 선물했다가 내부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돼 부랴부랴 배상하는 헤프닝도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가관이다.
뭐가 중요하고 뭐가 회원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영 판단이 안 서는 모양이다.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협회라는 곳은 순수하게 회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협회 사무국은 별도의 이익집단도 아닐뿐더러 특정인, 특정계파를 위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회원들에게 쓰여야 할 공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가 하면 회원들의 근황도 파악하지 못해 재산상의 피해를 끼치는 협회 사무국을 어떻게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협회와 그 사무국은 수십, 수백 명 회원들의 의견 교환 창구이자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만 맡아야 한다. 아니 그러한 역할이라도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경마시행의 해악적 집단, 극단적 이익집단으로 전락해선 안 될 일이다. 때로는 협회라는 곳이 경마발전에 저해되는 집단 행동을 하거나 경마시행을 담보로 한 단체행동으로 지탄받기도 하지만 결국 회원과 그 권익보호라는 존재가치 때문에 이해를 얻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존재가치도 지키지 못하고 회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불편을 야기한다면 도대체 협회와 사무국이 왜 필요한가. 왜 있는가 말이다.

마사회가 경마시행에 관한 부분을 강화하는 대신 나머지 권한을 축소하고 여러 단체와 역할 분담할수록 각 협회와 그 집행부, 그리고 사무국의 역할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각 단체와 협회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원활한 경마시행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역할 수행해야 할 때다. 주(主)와 객(客) 뒤바뀌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