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국산마 생산 중장기 계획 공론화 필요

국산마 생산 10년 계획 4차 수정안에 대해 마사회는 생산자단체와 공론하고 농림부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제4차 수정계획안을 생산자단체와 협의도 않고 농림부의 승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집행하게 된다면 경주마 생산목장은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하고 마사회에 대한 배신감 뿐아니라 좋은 말을 생산하겠다는 생산자들의 의욕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마사회는 경마산업화 정착, 사회적 지지기반 확대, 국적 있는 경마 시행을 통한 한국경마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 등을 목표로 한 4차 수정 계획안을 연초 경주마 생산목장에 설명하면서 2003년도에는 마사회 씨수말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이로 인해 도태하는 씨암말에 대해서는 도태보조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해 생산목장에서는 이 안을 수용하면서 지금까지 협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교배시기가 끝난 지금에 와서는 도태보조금 지급은 관계당국의 승인거부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입니다.
그뿐아니라 4차 수정계획안에는 목표연도인 2005년도를 2006년으로 1년 연장하는데 반해 교배계획은 2010년으로 연장하면서 소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효율적이지 못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즉, 씨암말 70두를 보유한 대형목장이나 단 7두만 보유한 영세목장이나 일률적으로 최종연도 2010년에는 목장 당 연간 7두씩만 교배를 지원하면서 제한하겠다는 시책은 오히려 대농가보다 소농가를 더 빨리 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수의사 교배 서비스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사회는 수의사 확보가 어려우니 큰 목장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 몇 개 목장들은 서로 협력해 개업수의사를 이용하고 있지만 말 전문수의사 부족과 미숙으로 오는 목장의 손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경마는 1991년 1월 전까지만 해도 연간 5백∼6백 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경주마를 외국으로부터 수입, 경주에 투입함으로써 외화낭비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또한 단일마주제를 시행함으로써 식민지 경마라는 국민의 불신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1991년 1월 당시 농수산부(현 농림부)와 마사회 그리고 생산자협회 3개 기관은 국산마 생산 10년 계획을 협의 하에 수립, 2003년까지 국산마 자급률 75% 달성를 목표로 생산목장들이 뜻을 모아 생산에 참여해 지금에까지 온 것입니다.
마사회는 본 계획을 3차에 걸쳐 수정하며 1991년∼2005년까지 15년 간으로 연장했지만 경주마 생산목장 수는 공식 집계된 것으로만 1백 개에 달하고 이들이 금년 생산해 낸 망아지 수도 985두로 이미 생산 자급률 72%를 넘어서 과잉생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질적인 면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이뤄 외산마 개별구매가 허용되기 전에는 그랑프리에서 국산마가 우승할 정도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국고로 징수해 생산분야에만 특별 지원하는 시책이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는 못할지라도 주어진 수정계획만이라도 체계적으로 수립해 단계별로 추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즉, 민간에 이양할 수밖에 없는 사업 분야라면 이 중 완급을 조절해 생산농가의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란다는 뜻입니다.
마사회가 2006년까지로 1년 연장해 자급률 75% 달성 목표로 하는 4차 수정계획안의 수립 과정에서 사전에 협회와 공론하고 농림부의 승인을 얻었더라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생산목장의 손실은 막을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2006년 후의 생산육성계획, 교배계획 만이라도 새롭게 마련해 서로 협의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국적있는 경마문화 창출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새 마사회장이 취임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겠다는 마사회장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경마산업 모든 분야(생산분야 포함)가 골고루 발전하는 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림부와 마사회, 생산자단체는 사전에 협의하고 상호 공감하는 틀 위에서만이 생산분야의 비전도 이뤄질 것입니다.

2003. 9.
김병현 (전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 서울마주과천클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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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김병현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