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있다.
모든 상황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함께 찾아온다는 뜻이다.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혹은 위기를 유리한 상황으로 어떻게 반전시키느냐는 승자만이 갖는 노하우다.
경마산업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단순히 입에 달고 다니던 ‘언젠가는’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격동의 시기 한복판에 와 있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를 위시한 서울마주협회와 과천마주클럽,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경주마생산자협회, 전국경마장관리사노조, 그리고 경마전문지 발행사와 각 유통회사, 판매인들까지 이 같은 혼란정국에 함께 빠져들고 있는,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상황이다.
뭐부터 손댈지,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 경마팬들은 발길을 돌리고 매출액은 ‘반토막’ 났다.
유일한 경마시행체, 한국마사회도 어떻게 손 써야 할지 속수무책이다. 이를 관장하는 농림부라고 묘책이 있을까.
경마산업을 둘러싼 각 단체가 이처럼 첨예하게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변화’ 때문이다. ‘내’가 변하려니 ‘너’도 변해야 할거고, 그게 싫은 상대방은 발버둥치며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발전을 위한 변화면 좋겠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치는 불투명하고 리스크는 너무 크다.
색깔은 각기 달랐지만 그래도 4백여 마주회원을 한데 묶고 한 목소리를 내왔던 마주협회와 과천클럽이 양분돼 서로 등을 지고 있는 것이나 제도적 문제, 혹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마사회와 각 단체가 잡음을 일으키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변화와 발전을 위한 고통이고, 서로를 위한 갈등이겠지만 요즘 상황은 본질이 너무 가려져 있고 또 서로에게 미치는 데미지도 너무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변화도 좋고 발전을 위한 경쟁과 건강한 투쟁도 좋지만 그러는 사이 경마산업 자체가 죽어가고 있다.
우리 경마산업은 체질적으로 매우 허약하다. 요소요소가 유기적으로 치밀하게 짜여져 톱니바퀴처럼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이 기울면 당장 허물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모든 게 일순간 일그러질 수도 있다.
요즘 이곳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그렇다.
도무지 상생이 뭔지, 윈윈이 뭔지 관심도 없고 의지도 안 보인다.
마사회,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생산자협회, 관리사노조, 경마전문지 등 모든 경마단체와 관계자들은 결국 경마산업이 살아야 존재할 수 있으며 어느 한 쪽만 잘되거나 잘못된다고 일희일비할 문제가 아니다. ‘공생공멸’의 관계인 것이다.
큰 틀을 놓고 상생의 원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너도 죽고 나도 죽자’가 아니라 함께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혜가 모아지길 바란다.
경마소비자들의 선택은 무섭고 냉정하다. 별 볼일 없고 질이 떨어지면 안하고 안사면 된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다. 한 번 돌아선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경마를 바라보는 경마팬들의 눈이 곱지 않다.
형편없는 경주질에 낮은 환급률, 부정경마에 대한 의혹, 그리고 바꿔야 할 제도와 서비스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이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노력해야 하는 경마단체들이 소모적인 논쟁과 싸움만 벌이고 있는 것이 영 볼썽사납다고 한결같은 목소리다.
힘을 모으자. 뜻을 모으자.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대신 얻을 것은 확실하게 받아내자.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해주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경마산업과 경마팬을 위하는 것인지 생각했으면 좋겠다.
경마팬이 없으면 경마산업도 없고 경마산업의 발전 없이는 우리 모두 살아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지금은 분명 위기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상생에 대한 공감대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건전한 토론과 투쟁의 방법이 모색되길 바란다. 물론 원칙이 지켜진다는 전체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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