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112)-날아다니던 신인시절!

(112) 날아다니던 신인시절!
1985년 10월에 데뷔를 하고 나는 매달 1승씩을 하여 3승을 하고는 그 해를 마무리지었다. 지금은 신인기수들이 1승을 하기가 무척이나 어렵지만 우리가 데뷔할 때는 경마도 금·토·일 3일간 열렸고 그리고 기수도 지금 같이 많은 숫자가 아니고 한 50여명 되었다. 그 50여명의 기수들 중 체중이 많이 나가는 기수가 많았다. 곧 체중이 많이 나간다는 것은 말에 기승할 기회가 적은데 그러다 보니 신인들이 데뷔를 하고는 말을 탈 기회가 지금보다 여러모로 많았다.
신인들은 말 한 마리를 경주에 얻어 타려고 자신이 속한 조의 말을 훈련하기 전에 새벽 일찍이 타조에 가서 훈련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말들이 지금과 같은 군체계가 아니고 등급체계였다. 1등급부터 10듭급까지 등급이 있었으며 신마가 한번 우승하면 9등급이 되고 이길 때마다 한 등급씩 올라가는 체계였다. 그 당시에 국산마는 거의 없고 외산마였는데 수입하여온 외산마를 오랫동안 활용을 하려는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마필이 우승을 하면 승급이 되고 5등 이외로 연속하여 3번 오면 등급이 한 단계가 내려왔다. 한 단계 내려와서 곧 바로 5등 이외로 오면 또 다시 내려오는 강급제도가 있었다.
이러한 제도가 있다 보니 1등급에 뛰던 말이 어느 날 저 밑의 등급에 내려와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웃지 못할 현실이었다. 솔직히 이 제도는 아주 재미있는 제도다. A라는 말이 등급이 올라가서 상대들과 싸우면 도저히 상금을 벌 수가 없지만 등급이 내려와 아랫 등급의 말들과 싸우면 이길 수가 있는데 결국은, 등급 조절을 잘하는 것이 상금을 잘 벌 수가 있기에 경주 중 소위 말을 댕겼다 갔다를 알아서 하라는 제도였다.(?)
말을 댕겼다 갔다 알아서 하라는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프로가 할 일 아닌가(?) 그러니 기수들은 허구한날 말을 댕기다가 재결에 걸려 중징계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데 이거 엉뚱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데뷔한 해에 3개월 동안 3승을 하고는 1986년 1월에 소속조를 옮기고 여기서도 매달 1승씩 우승을 하여 6월이 되니 총 9승을 하였다. 그 당시 나의 9승은 동기생 중에서 하위그룹의 성적이었다. 그때 동기 중에 가장 잘나가던 기수가 23조 유재길 조교사였으며 비록 신인이지만 동기들의 성적은 전체 기수들 중에도 상위를 랭크하고 있었다.
아무튼 나의 9개월 간의 성적이 고작... 9승이어서 하위의 성적이었는데 발령 받은지 6개월만에 나는 16조(박원선 조교사)로 다시 발령을 받게 되었다. 데뷔한지 9개월 그리고 성적은 동기생 중에서 하위성적인 나에게 그 당시 조기협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계신 박조교사님에게 발령이 갑자기 난 것이다. 16조에 선임 기수로 그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용철이형(현 49조 지용철조교사)이 있었고 그리고 16조에 올 때 정지중인 상태로 왔기에 한 달을 놀다가 16조에서 7월부터 경주에 기승을 하게 되었다.
내가 왜 이런 글을 쓰냐면 나의 기수생활에 있어서 이때의 발령은 내가 오늘에 기수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16조에 악조건 속에서 왔고 그리고 주위의 기수들이 가장 잘 나가는 선배 기수 밑에 갔기 때문에 말도 제대로 얻어 타지를 못 할 것이라고 걱정을 하여 주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모두가 걱정을 하여 주는 분위기였으나 7월에 첫 기승을 하면서 어찌된 게 말만타면 나는 날아다니는 것이었다. ‘소망’ ‘두발로’ ‘노들강변’등을 타며 7월에 5승을 하였다. 그리고 그 때부터 매달 4∼5승씩을 하게 되었다. 주위에서 모두들 여러모로 보나 나의 기수로서의 앞길이 꽉 막혔다고 하였는데 오히려 막힌 것이 아니라 나의 우승횟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나의 앞길이 뻥 뚫렸다. 9월에는 가장 많은 7승을 하였다. 나도 도대체 뭐가 뭔지를 모를 지경이었다.
내가 16조에 와서 조금 있다가 용철형은 기수 은퇴를 하고 나는 16조의 선임 기수가 되었다.(그 당시 경주에 기승한지 1년도 되지 않았기에 나의 선임 기수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기수로서 가장 잊지 못할 명마를 그 해 12월에 만난 것이다. 미국에서 온 차돌과 나는 1986년 12월 4일 16조 마방에서 만난 것이다. 하위의 기수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말 잘 탄다는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불후의 명마를 만나는 행운을 거머쥐는 한해였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