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경마사상 최초의 기수 순직!
아무리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서기수가 선행을 받아서 일등으로 잘 오다가 결승선을 불과 16m 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기승하고 있던 ‘비슬산’이 그만 재적을 넘어가는 바람에 기수가 결승선에 설치된 벽돌 구조물에 부딪혀 쓰러졌고 뒤이어 ‘비슬산’이 몇 바퀴 굴러 구조물의 하반부 블록을 부수고 멈추면서 서기수가 말 밑에 깔리는 것이었다. 사고는 너무나 순간적으로 일어났으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지라 기수들은 망연자실 하였다. 기수대기실은 어수선하며...
사고 현장은 임시 칸막이를 설치하여 빠른 사고 수습을 하고 서기수는 엠브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보내졌다. 순간의 끔찍한 사고를 목격한 기수들은 경주를 하러 나가면서 모두가 침통해 할 수밖에... 병원으로 실려간 서기수가 중태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기수대기실은 더더욱 침통함에 빠져있다. 오후2시가 조금 넘으니 병원으로부터 서기수가 순직하였다는 비보가 날아온다. 병원에 간 사람들은 경주가 끝날 때까지 순직한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순직하였다는 소리는 어느덧 경주하는 기수들의 귀에도 들어왔다. 처음 겪는 기수의 경주중 순직이라는 소리에 우리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어쩔 줄을 모르면서 하루의 경주를 무사히 마쳤다.
그 당시 서기수는 신인으로서 가장 잘나가던 기수였기에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체중조절도 많이 하였다. 뚝섬에서는 기수들이 숙소에서 라면을 잘 끓여 먹었는데 특히 경마날에는 체중 조절하는 기수들이 많다 보니 밥을 먹지 않고 라면을 조금 먹고는 말을 타러 가는 기수들이 많았다. 사고가 난 날 아침에 우리 동기들이 숙소에서 라면을 끊여 먹고 있었다. 한창 라면을 먹는데 나의 1년 선배인 서선배가 며칠동안 굶었다며 냄새를 맡고는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젓가락으로 라면을 몇 번 입에 넣고는 말을 타러 가야한다고 나간 것이다. 감량을 많이 하다 보니 밥을 먹을 수는 없고 그저 지나가다가 라면 냄새가 나서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후배들이 라면을 먹고 있기에 라면을 몇 가닥 먹고는 말을 타러 갔는데 그만! 그것으로 서기수는 세상을 영원히 떠난 것이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모두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건만 서기수는 체중 감량을 하느라 며칠을 굶고 겨우 라면 몇 가닥을 먹고는 우리와 이별을 하였다.
경주를 모두 마치고 우리 기수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서기수를 애도하기 위해 빈소가 차려진 한양대 영안실로 갔다. 영안실에는 여기저기서 보내온 수많은 조화로 에워싸여 있으며 모든 언론에서는 “경마역사상 경주 중 기수 순직”이라는 타이틀로 대서 특필하고 있었다. 우리는 간혹 사고를 당해 순직한 사람 중에 몇 대 독자이기에 안타깝다는 뉴스를 듣고는 마음 아파하는데 그만, 경마역사상 최초로 순직한 서기수에 대한 사연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더 아프게 하였다.
서기수는 그 당시 아버님은 작고하시고 어머님만을 모시고 사는 6대 독자였다. 이렇게 귀중한 집안의 6대 독자인 서기수는 어머니를 남겨두고 경주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의 죽음 앞에서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우리 11기가 데뷔하는 주에 이런 엄청난 사고가 나서 우리는 첫 데뷔를 어떻게 치렀는지도 모르게 곧 바로 영안실에 달려가 고인 앞에서 많은 눈물을... 그 당시 우리 기수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렸기에 동료의 순직에 보상이라든지 사후대책에는 미흡하고 그저 슬픔 속에만 젖어 있었다. 우리 11기는 이렇게 엄청난 사건의 아픔 속에서 기수 데뷔를 하였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