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외산마에 대해 일정 부분 제한을 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우려된다.
제한 폭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격 제한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현지성적이 주된 기준이 될 전망이다. ‘현지성적이 전혀 없는 신마’ 도입을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마사회 관계자의 전언대로라면 지금 뛰고 있는 외산 개별수입마들은 대부분 이러한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외산 개별수입마가 등장한 이후 서울경마장은 경주질적인 면에서 대단히 큰 변화를 보여왔다. 미국, 호주 등의 블랙타입 우승마가 하나둘 늘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경주력을 선보이는가 하면 데뷔전에서 2위마를 무려 27마신차로 이기는 엽기적인 모습도 연출했던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미뤄 짐작하건데, 이번 마사회의 외산마 수입제한 조치 검토는 경주편성 상의 어려움과 경주 박진감 저하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마사회 출마투표 담당자들은 요즘 들어 외산 1군 경주 편성이 너무 어렵다는 푸념을 곧잘 늘어놓는다. 출전두수가 많아 편성이 까다롭다는 뜻이 아니다. ‘아일랜드피버’ 같은 말이 나온다고 하면 해당 경주에 말을 출전시키려던 조교사들이 출전계획을 바꾸거나 심지어는 아예 처음부터 피할 궁리를 하기 때문에 결국 7∼8두의 허접한 레이스가 돼버리고 만다는 의미다. 요즘의 외산 1군 레이스 편성을 봐도 이런 현상은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7개 외산 1군 경주의 평균 출전두수는 고작 8.1두, 그나마도 능력마 2∼3두로 압축되는 편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최상위군 경주를 관람하면서도 베팅의 흥미를 상실하는 팬들이 상당수이며 프라임 시간대에 배치해야 할 1군 경주가 중하위군 경주에게 밀려나는 일까지도 벌어지는 것이다. 우수마 도입을 통해 경주박진감을 높이자는 새로운 제도의 취지가 오히려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우수개별수입마를 보유하지 못한 일부 조교사 및 마필 관리자들의 사기 저하나 다양한 불만, 고가마 도입에 따른 일시적 손실을 상금으로 100% 보전해 달라는 마주들의 요구까지 겹치면서 시행체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졌을 것이다.
또한 당장 상금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어하는 마주들의 요구에 따라 현지성적 위주로 마필 도입이 이뤄지다보니 잠재적 활용가치는 떨어지는데 반해 가격은 높게 형성돼 외화 낭비라는 측면에서 국가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비난도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산마 개별수입은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이고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서울경마장 전체 경주마들의 능력을 상향 평준화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우수마 도입에 대한 관심과 경쟁을 부추겨 경마의 경쟁원리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방 시설이나 사양관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경마팬의 입장에서는 과거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능력마들이 늘면서 경주 자체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지금은 과도기다.
우승열패의 구현을 통한 경쟁성 강화를 위해 과감히 도입된 외산마개별수입제가 이제와서 제도 시행의 취지를 흐리고 다시 뒷걸음질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주편성에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이전에 부진마도 도태시키지 않고 꾸역꾸역 마방을 채워놓도록 만드는 운영상의 허점이라든가 현지에서 수차례 우승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능력검사를 받고 하위군부터 시작해야하는 등의 불합리한 군체계 및 운영체계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신마로 제한’하는 식의 단순한 접근보다 현지 경주경험의 단계별 수입기준을 마련한다든지 권장할만한 현지 경매와 이에 대한 정보 제공 등 총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쪽으로 마사회의 역할이 설정되는 게 낫다.
궁극적으로는 상금 규모도 확대돼야 한다.
나날이 치솟고 있는 마필가가 모르긴 몰라도 마사회로선 큰 부담이 되고 있을 것이다. 곧 시작될 내년도 상금협의에서도 마주협회와 이 문제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마필가가 상금으로 100% 보전돼야 한다는 원칙도 없고, 경쟁이 지배하는 경마산업에서 마주들의 손실을 보전해 줄 필요도 없는 거지만 지금의 경마상금규모는 국제대회 유치나 경주마생산분야의 육성을 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임을 인정해야 한다.
연간 마사회 예산 2000억 원 중 30%를 상회하는 7백억 원이 경마상금이다. 전체 예산대비 상금 비율은 꽤 높은 셈이니 결국 정부 정책이 먼저 선회해야한다는 결론이다.
향후 정부와의 협의와 이해를 통해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를 ‘외산마 수입제한’이라는 개악으로 단순 접근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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