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는 간혹 경마장을 폭파시키겠다 거나 관람대에서 자살을 하겠다는 협박편지가 날아든다. 협박편지가 날아들면 어느덧 관람대에는 정·사복 경찰이 쫙 깔려 있다. 많은 팬들이 모여 있는 관람대에 정말로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지를 모르기에 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박편지가 날아들면 마사회에서도 경마 날 아침에 기수대기실에 기수들을 모아 놓고 협박편지의 내용을 알려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말을 타길 바라며 팬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말아 달라며 긴장을 심어 준다.
뚝섬에서는 금·토·일요일 3일 경마를 하였고 기수들은 목요일 정오 12시까지 경마장내의 기수대기실에 집합을 해야했다. 기수대기실에 모이면 기수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여러 가지 간단한 교육도 하고 주변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경주에 말을 기승하든 기승하지 않든 모든 기수는 검량을 통과해야 했는데 체중 52kg을 맞추어야했다. 그런가 하면 이런 저런 교육이 끝나고 나서 무차별적인 선배들의 얼차례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었다.
1985년 6월 16일! 제7경주에 5-7번을 입상시키고 배당은 30배정도 나오게 하라는 협박이 왔다며 기수들은 말을 열심히 타 달라고 한다. 제7경주, 5-7로 들어오데 30배 이상의 배당을 만들어 놓을 것! 참으로 황당한 협박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기수 대기실을 오가며 경주를 관전하기에 7경주에 온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7경주 시간이 다가올수록 지켜보는 우리들도 긴장되고 있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7경주의 발주 신호가 울렸다. 우리는 호기심으로 5-7의 배당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니 33배였다. 범인이 30배 이상을 요구하였기에 맞는 배당이었다. 거참 신기하기도 하지, 아무튼 배당도 배당이지만 아무리 봐도 5-7이 들어온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대다수의 기수들이 5-7이 들어오기는 무리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하나의 변수라면 5번 7번에 기승한 기수가 그 당시 최고의 기수라는 것이었다.
8두의 말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라스트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기수들은 최선을 다하느라 채찍을 휘두른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서 지켜보는 경주다 보니 모든 기수가 최선을 다하느라 불꽃 튀는 경쟁이다. 관중들의 열광 속에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말들이 결승선을 골인하는 것이다. 아! 근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5-7이 1,2등으로 결승선을 골인한 것이다. 순간 기수대기실에서 모니터로 경주를 지켜보던 우리들의 숨은 멈추어 섰다. 그리고 기수 대기실은 협박편지의 내용과 같은 결과를 놓고 뭐가 뭔지를 모를 분위기에 우왕좌왕 하였다.
범인이 요구하였던 7경주에 5-7로 30배 이상이 그대로 들어 온 것이다. 그러니 입을 벌리고 숨을 멈출 수밖에… 시간이 지나며 기수들이야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을 하지만 마사회와 수사기관은 긴장 속에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수사기관에서는 5-7에 마권을 산 사람들을 추적하다 보니 10만원 이상의 마권을 산 사람이 있기에 추적을 하여 잡았다. 그리고 마권을 산 사람들이 5번마와 7번마의 말에 기승했던 기수들이 마권을 사 달라고 부탁하여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명의 기수는 말들이 상태가 좋아 재미있을 것 같아 쉬는 날 놀러갈 경비를 마련하려고 범인의 협박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제 3자를 통하여 마권을 구입하였건만 적발되는 바람에 옷을 벗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날! 협박의 해프닝은 협박편지를 보낸 범인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우연의 일치 속에서 두 명의 기수가 경마장을 떠야했다. 처음 기수가 되고서 기수가 부정으로 경마장을 떠나는 모습을 씁쓸히 지켜 보아야했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