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울린다. 말을 생산하고 있는 생산자 친구로부터(안성의 비봉목장/장재원)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물으니 경마장에 볼일 보러 왔다가 이제 끝마치고 지금 경마장에 있다는 것이다. 마침 경마장에 왔다니 소주나 하잔 하자며 만났다. 말을 생산하는 생산자가 두 분이나 더 있었다. 서로 안면이 있으며 소주 한잔하고 싶었던 분들이었지만 소주 한잔 할 기회가 없었기에 마침 잘 됐다고 하고는 기분 좋게 서로 어울리게 되었다.
이종욱씨(경기 이천의 성수목장)와 장용석씨(경북 상주의 유정 목장), 그리고 장재원, 기수인 내가 앉으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온통 말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주에 비봉목장에서 나온 ‘금상’이 일등을 한 것이 단연 화제로 자신의 농가에서 나온 말들 중 경주마로서의 활동에 대하여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생산한 말이 경주에 출전을 할 때면 그 날은 손에 일이 잡히지 않고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하며 그렇게 기분이 좋다고 한다. 아이들이 운동회에 나가는 것 이상으로 기쁘다고 한다. 자신이 생산한 말이 뛸 때면 경마장에 와서 직접 보는데 도저히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TV를 통해서라도 꼭 본다고 한다.
80년대 초만 하여도 우리나라 생산농가는 제주에 있는 송당목장(정규진), 대천목장(김병현), 삼부목장(신우경), 등 몇 개 되지 않았으나 지금은 제주에는 수도 없이 많고 내륙지방에도 20여개정도가 있다. 80년 초기에 제주에서 경주마를 생산하던 몇 개의 목장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극복하였기에 오늘의 이러한 마필 산업이 번창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생각하는데, 제주에는 이렇게 초기에 고생한 생산목장이 여러 개 있었기에 생산의 틀을 마련하였다면 내륙지방에는 장용석이라는 한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륙 지방의 생산 농가가 발전을 할 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륙지방 생산농가의 일등공신인 장용석씨에 대하여 이야기를 조금 하여야겠다. 장용석씨는 제주지역을 제외하고는 내륙지방에서는 최초로 경주마 생산을 시작한 사람이다. 지금은 내륙지방에 생산농가가 여러 군데 있지만 그가 말 생산을 처음 시작한 1987년 당시만 하여도 내륙에서 말을 생산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말의 생산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 어린 나이에 그는 무작정 종마목장을 찾아가 보수는 안 받아도 좋으니 말에 대해 배우게 해달라고 하며 매달린 끝에 허락을 받고는 목장에서 온갖 굳은 일을 하면서 말에 대해 배워 나갔다고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이런 장용석씨의 열정에 감탄한 마사회 이건영 회장이 경주 퇴역마 5두를 직접 키워 보도록 허락하여 주어 지금의 유정목장을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어렵게 시작은 하였지만 일천한 그의 경험으로는 말 생산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순탄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시행착오와 많은 신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좌절하거나 굽히지 않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혼자서 일당백을 한다는 각오로 생산에 전염하였다. 맨땅에(?) 헤딩하며 맨몸으로 배우고 터득하며 말 생산에 전염을 하였기에 이제는 말 생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많은 노하우를 갖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이 열정하나로 시작한 그는 이제 경북 상주에 15만평의 목장에서 말을 생산, 육성하며 자신의 꿈의 날개를 더 크게 펼쳐 나가고 있다.
경마하는 사람들은 경마 이야기를 하면 몇 날 몇 칠을 이야기하여도 끝이 없고 재미있다고 한다. 말에 대하여 경마에 대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말 생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과 또한 생산을 함에 있어 생산에 따른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수로서 새삼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경마는 경마장에 말이 들어와 경주에 뛰다 도태 되면 끝난다고들 한다. 그러나 경마 산업의 시작과 끝은 말 생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생산농가가 잘되어야 우리의 경마 산업도 더 발전 할 수 있는 것이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