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칼럼-지자체 간 밥 그릇 싸움, 왜 본질은 빠져있는가

최근 지방세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이익이 엇갈리는 각 지자체의 표정도 각양각색이다.
경마·경정장 소재지인 과천·하남시와 제주·경기도, 그리고 2006년 경륜장 개장이 예정된 광명시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경마·경륜·경정의 각 지점 소재지나 개장 준비중인 지자체는 법개정을 적극 추진 중이다.
개정될 레저세 관련 지방세법의 주요 내용은 각 지점에서 발생하는 레저세를 앞으로는 지점 소재 해당 시도에 전액 납부토록 하겠다는 것으로, 그동안은 본장과 지점의 해당 시도가 각각 50%씩 나눠왔다.
이 같은 개정 움직임에 반발해 지난달부터 과천, 광명, 하남시를 비롯해 경기도와 제주도 등은 레저세 관련 지방세법 개정저지를 위한 공동 투쟁에 나서 정부와 국민에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과천시와 경기도의 경우 “경마는 여기(과천)서 하고 돈은 서울이나 여타 시도가 버는 셈”이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하겠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경기도와 과천시가 이처럼 사활을 걸고 지방세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세수의 막대한 감소로 인해 재정파탄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가 거둬들인 레저세는 전체 도세의 12%나 차지하는 5천3백억 원이고, 과천시는 이중 1천1백억 원을 교부받았다.
만일 일부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경기도와 과천시는 각각 2천7백여억 원과 6백여억 원 이상 세수가 줄어들 것임에 분명하다. 특히 경마 레저세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50%에 육박하는 과천시로서는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싸움을 들여다보자니 이처럼 시도 재정을 살찌워주었던 경마에 대해 해당 자치단체는 어떤 태도를 보여왔던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든다. 연간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혈세하는 경마팬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경기도와 과천시는 ‘우리 지역에서 경마가 열리니 세금은 다 우리 것!’이라고 외칠 줄만 알지 ‘경마소비자 덕에 시도 재정이 윤택해졌다’는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주말마다 경마공원을 찾는 경마팬에게 돌아오는 것은 ‘꾼’이라는 비하의 목소리와 차가운 시선뿐이다.
평일에는 무료였다가 주말만 되면 유료로 돌변하는 경마장 근처 공영주차장의 운영 실태를 봐도 그렇고, 사설주차장들의 폭리에 관심없다는 식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시 외곽에 경마장 시설만 덩그라니 지어놓고 그 흔한 셔틀버스 한 대 운영하지 않는 과천시. 경마장 내 시설물 증개축이나 각종 행사를 위한 허가에는 또 얼마나 인색한가. 담당 공무원들은 경마장 때문에 골치 아프고 시끄럽다며 ‘경마장을 옮기든지 하라’고 오히려 배짱 퉁기는 일이 다반사다.
한국마사회 제주사업본부장을 지냈던 마사회 한 간부가 ‘과천과 제주의 분위기가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느냐’고 푸념한 적이 있다. 시도 공무원의 태도는 말할 것도 없고, 업무 협조나 각종 인허가조차 과천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지난해 말부터 경마매출액이 크게 줄면서 경마 레저세와 관련된 지자체의 재정수입이 벌써 올 2/4분기에만 15% 이상 줄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실물 경제가 그만큼 위축돼 있다는 증거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지금의 고세율로는 더 이상 경마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눈에 띄게 줄고 있는 경마장 입장객. 건전 경마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입장객이 늘고 1인당 베팅액이 줄어드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건전 경마 풍토가 조성되지 않고서는 경마저변인구는 확대될 수 없으며 그렇게 되면 지자체에서 기대하는 세수확보 역시 요원하기만 할 뿐이다.
세율 인하를 통해 주춤이던 경마산업을 다시 일으킨 선진경마국의 예를 상기해보자. 세금을 조금 줄여주는 대신 환급률을 인상하면 당장 눈앞의 이익은 줄어들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반전시켜 경마저변인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경마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과도하게 새 나가고 있는 세금을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가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징수·배분한 뒤 얼마나 어떻게 되돌려 줄 것인가도 배려해야 할 때다.

【편집국 차장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