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10여명의 기수가 은퇴식을 하였다. 경마사에 이렇게 많은 기수가 한번에 은퇴를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은퇴라는 단어는 마지막이나 떠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당사자로서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의 자리인 것 같다. 기수로서 모든 것을 정리하는 그 순간이 떠나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가슴이 뭉클하고 아쉬움이 남는 자리이지만 기수의 은퇴식은 아쉬움보다는 조교사로서 새출발을 의미하는 자리이기도 하기에 다른 어떤 은퇴식보다도 즐겁고 아름다운 자리이다.


지난주 은퇴를 하는 3명의 기수가 은퇴 경기를 치루었다. 조용배, 고홍석, 김창옥 기수는 기수로서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니 경기에 앞서 매우 긴장된다고 하였다.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하여 기승하겠다고 하며, 조용배 기수는 마지막 경기에 별로 성적을 낼 수 없는 말을 타지만 그래도 좋다고 한다. 비인기마여서인지 경주 결과 상위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김창옥 기수는 마지막 경기로 인기마이며 대상경주에 ‘다함께’를 기승하고 출전을 하기에 조금은 흥분된다고 하며 우승을 하여 휘날레를 하였으면 좋겠다고 하고는 경주에 임하였는데 경주 결과 3등을 왔다. 김창옥 왈! 4코너를 돌면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우승을 하지 못하고 3등을 와서 아쉬움이 남지만 기수생활하면서 후회 없는 만족할만한 말몰이였다고 소감을 피력한다.

은퇴하는 기수가 출전을 할 때면 모니터에는 은퇴하는 기수들의 모습이 자막으로 나오며 아나운서가 프로필을 하여 주고 있다... 모니터를 보는 기수들의 마음도 조금은 울적하다. 여기는 기수대기실! 고홍석 기수가 경주에 출장을 하려고 헬멧을 쓰고 장갑을 낀다. 다른 때 같지 않고 오늘은 무언지 모르게 얼굴이 상기되어 굳어있다. 동료들이 마지막 경기이니 잘 타고 오라고 등을 두드려 준다.

게이트가 열리자 마자 팬들에게 마지막 최선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고기수는 열심히 말을 몬다. 라스트에서 고기수가 탄 말이 안쪽으로 기대어 고기수는 약간의 진로 방해를 하며 2등을 하였다. 경기를 마치고 고기수가 얼굴이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어 웃으며 기수대기실에 들어온다. 그리고 동료들과 악수를 나눈다. 모두들 수고하였다고 아름다운 악수를 하는데 고기수의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다. 기수들 왈! 고홍석이 눈물 흘리네 하며 한마디씩 거든다. 고기수의 눈물을 보더니 악수를 하는 다른 기수들도 같이 눈물이 글썽인다. 마음이 여린 고기수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니 발주기에 들어가면서부터 가슴이 뭉클하며 눈물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경주로에서 마지막 채찍을 휘두르고 돌아온 고기수가 기수들이 수고와 축하와 이별의 악수를 다 끝내기도 전에 저승사자인(?) 재결에서 고기수를 찾는다. 라스트에서의 진로방해에 대하여 처벌을 할 모양이다. 어느 기수 왈! 강착 정도의 진로방해는 아니지만 진로방해정도를 보아서 기승정지감이니 오히려 과태료보다는 기승정지가 낫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제 고기수는 기수를 그만 두기에 기승정지는 의미가 없으므로 과태료보다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순간 내가 생각하여도 일리 있는 이야기이다.

재결에 갔다온 고기수 왈! 기승정지가 아니여 과태료래 그것도 1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내래 그러면서 고기수는 오늘 기승하여 벌어들인 상금을 계산하고는 과태료 10만원을 제하니 얼마를 벌었다고 웃고 있다. 기수대기실은 어느덧 웃음이 넘친다.




작 성 자 : 홍대유 margo@krj.co.kr